무기력이 도래하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진다.
시간을 꽤 많이 거슬러 올라가 보면 나는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성격이 정말 폐쇄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한다. 그 어린 초등학생들이 집단으로 왕따를 시키거나 누군가를 해코지한다거나 은근한 따돌림을 한다거나 하는 행위들이 생각보다 빈번하게 일어났다. 흔히들 말하는 수학여행 갈 때 버스의 맨 뒷자리는 소위 잘 나가는, 인기 많은 아이들의 고정석이었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맨 앞자리 혹은 중간자리를 얼른 앉곤 한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니 맨 뒷자리 부근에 앉으면 그들의 희생양이 될까 싶어서 미리 피했던걸 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도 저도 아닌 중간에서 뒤쪽 자리에 앉았고 그 여파 역시 오롯이 내가 전부 감당했었어야만 했다.
심지어 내가 다니던 학교는 뼛속부터 사립 재단이었기 때문에 등록금 개념의 한 달의 한 번씩 지불해야 했었고 오만가지의 이유를 대가면서 비용을 지불했다. 식당비, 식당 건축 비용, 등록비, 수학여행 비용, 졸업여행 비용, 졸업앨범 비용, 사진 촬영 비용 등 시도 때도 없이 지불했어야만 했다. 우리 집은 그나마 내가 어렸을 때, 고등학교까지 졸업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름 괜찮게 아쉽지 않게 살아왔었다. 사실 그때 당시의 나는 집안의 문제를 하나도 인식할 수 없던 나이였기 때문에 학교에선 잠을 자고 배우는 것 없이 시간을 때우곤 했고 그러고 집에 와선 밤새도록 컴퓨터를 하고 뜬 눈으로 학교를 가서 잠을 자곤 했다. 물론 친구는 없었다. 그래서 더 외로웠는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되어서야 왕따라는 둘레에서 벗어나는 듯했다. 학기 초반에는 반의 모든 친구들과 사귀고 싶어서 가릴 것 없이 다가가서 친해지자고 번호를 주고받자고 이야기를 했다. 아마 중학생 때의 MBTI를 말하자면 뼛속부터 E였을지도 모르겠다. 에너지가 엄청났다. 지금의 무기력을 느끼기 전에는 그래도 꽤 텐션이 높은 사람으로 지내왔었다. 학기 초반의 친구들을 두루두루 사귀고 쉬는 시간만 되면 시도 때도 없이 같이 놀고 떠들곤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친구들에게 슬슬 외면당하기 시작했다. 40명 가까운 되는 친구들과 한꺼번에 모두 친해지려고 하니 그중에서도 이탈하는 친구들이 생겼던 것이었다. A부터 Z까지의 친구들을 조금씩 알고 조금씩, 옅게 친해지려고 했던 나를 좋지 않게 바라보는 친구들이 있었고 그중에서도 무리 지어 다니는 애들이 생겨났고 나는 그 무리에서 버림받을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난 버림받은 것이 아니라 더 깊게 친구를 사귀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었다는 게 더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의 중, 고등학교 생활은 너무나도 외로웠고 고통스러웠다. 늘 1학기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치르기 전까지는 조잘조잘 말도 많고 재밌게 학교생활을 하다 방학을 기점으로 나는 혼자가 되었다. 심지어 중학교, 고등학교 총 6년 내내 그래 왔다.
그래서 중학생 때 처음으로 좋지 않은 버릇을 몸에 들이기 시작했고 그 여파는 고등학교를 너머 성인이 되고, 온전한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트라우마가 되었다. 그게 나의 가장 큰 해소 방법이었으나 그게 나의 가장 큰 외로움으로 만들었다.
스트레스를 내가 만들어내서라도 일부러 만드는 편인데 어릴 때는 그런 방법을 몰랐으니까 대차게 나 자신을 괴롭히고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그때는 그것이 정답인 줄 알았다. 내 몸에서 흐르는 피를 보면 극한으로 예민하던 내가 조금 무뎌지는 기분이었고 턱 밑까지 차오른 분노나 감정들이 조금씩 사그라드는 것을 느꼈다. 뭐, 아직까지도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만 앵간한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이제는 어느 정도 컨트롤이 되어서 다행이다. 난 내가 이렇게 해소를 하는 방법을 고치고 싶어서 정신병원을 정말 많이 다녔는데 어느 곳에서도 나를 온전히 이해해주는 곳은 없었고 돈만 계속 부어댔던 것 같다. 그 돈을 다 모으면 그래도 원룸 한 채는 사지 않았을까 싶다.
여하튼, 나는 글을 쓰면서 자꾸만 자라나는 생각들이 글에 침범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더 떠든다거나 하는 것 같다. 인스타그램에서는 부담 없이 한 호흡으로 2,000자 이상을 쓰곤 하는데 괜히 더 멋진 작가들이 있는 이곳에서는 쓰다 말다 쓰다 말다 키보드를 타이핑하는 소리가 났다 안 났다 하는 것이 꽤 듣기 불편한 것 같다. 아직까지도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는 것은 어렸을 때와 비교할 때 별 다를 것이 없지만 그럼에도 생각이 조금 더 넓어지고 시야가 조금씩 넓어지는 것 같다.
시야를 넓히려고 노력한 적 없다. 더 멋진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돈을 부어서 나 자신을 꾸미거나 좋은 음식을 먹거나 돈을 주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내가 이렇게까지 변한 이유가 나도 궁금하다. 또 언젠가 무너지고 쓰러지겠지만 지금 이 상태도 싫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