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주말과 현재의 주말
또, 주말이 왔다. 아니 왔다 지나갔다.
주말은 나에게 어려서부터 아무 감흥 없었던 것 같다. 토요일엔 그저 전날의 불타는 금요일을 보내고 난 뒤 항상 뻗어있었고 기신기신 정신을 차려보면 늘 오후 6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그 시간에 또 일어나 혼자 할 것이 있나 두리번두리번거리다가 시간이 흐르는 걸 바라만 보다가 간단하게 술을 혼자 마시고 잠자리에 들곤 한다. 코로나 터지기 이전에는 항상 9시, 10시 정도면 집 근처 클럽 비슷한 술집을 가기 위해 친구들을 억지로라도 만들곤 했다. 아직도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 때만 하더라도 카페에서 마음 맞는 사람과 연락을 주고받고 집 근처 어디서 만나자고 말한 뒤, 같이 친해지면서 술도 마시고 밤새도록 놀곤 했다. 아직도 그 문화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긴, 지금은 클럽도 다 문을 닫고 술집도 새벽까지 열 수 없는 상태니까 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해서 만난 친구가 내 인생 유일한 친구로 남아있다. 그 친구는 항상 금요일 6시 이후만 되면 연락이 꼭 오곤 했다. 오늘 저녁에 같이 갈까? 하면서 드릉드릉 연락을 해온다. 술에만 관심이 있는 나와 이성에게만 관심이 있었던 친구의 갈등은 너무나도 컸다. 친구라는 명목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이 관계가 언제든 어긋날 수 있겠다고 생각을 항상 해왔었다. 술과 이성의 접점은 좁혀지질 않았으니.
더군다나 한창 9시까지만 영업을 하던 기간에 그 친구는 미쳐 날뛰었다. 모든 술집에서 9시만 되면 모든 사람들이 술집에서 나오니까 그 광경을 보러 가자고 나한테 또 꼬드기기도 했다. 내 주말은 한동안 그런 패턴을 유지하다 더 이상 못 참겠어서 한마디 발끈해버렸다.
"너는 항상 술 마시자고 불러내 놓고선 넌 왜 맨날 말없이 사라지고 술도 안 마시냐"라고 좀 억울하다는 듯 말을 했다. 사실 그 친구는 일을 계속하고 있었고 집도 나름 나쁘게 살았던 집이 아니었다. 아빠가 가지고 있는 동네의 한 빌라 옥탑방에서 살고 아빠 차, 형차 등 이동수단도 딱히 문제가 없었었다. 월세나 관리비도 나가지 않았으니 이 친구는 내가 살아왔던 세상과는 다른 아이였음을 항상 느꼈다. 한 번은 드라이브하러 가자고 형 차를 빌려와서 3-4시간 동안 드라이브를 하고 한강 둔치에서 나는 병맥주처럼 병소주를 마셔댔다. 물론 그 친구는 여유가 있어서인지 아니면 남에게 받는 것을 싫어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것을 다 본인이 하려고 한다. 같이 돈을 내자고 해도 먼저 다 내버리고, 간식이나 커피를 먹으러 잠깐 만나더라도 그 친구가 다 계산을 하곤 했다. 아직까지도 왜 그랬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간간히 이 친구가 하는 말이 "너 같은 친구가 나한텐 없어서 너무 고맙다."라는 식의 말을 했다. 자기 친구들은 pc방에서 하루 종일 게임이나 하고 꾸미는 것에 관심도 없고 폐인처럼 사는데 나랑 놀 때는 그런 게 아니라나 뭐라나. 모르겠다. 그런 거에만 집착하는 친구지만 그럼에도 나한테는 참 도움이 많이 되는 친구다. 가족들과 같이 사는 집에서 홀로 나와 타지에서 살고 있어서 자주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참 고마운 친구다. 유일한 친구라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이 친구도 언젠가 연락이 끊기고 나를 떠날 수 있다지만 이 친구와는 그럴싸한 추억들이 많아서 별로 미워할 것 같지는 않다. 나는 그동안 친구나 여자 친구, 모든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 주변에 계속 둘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것의 원인이 나 자신일 수도 있겠고 환경일 수도 이도 저도 아니라면 상대방의 문제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늘 끝은 좋지 않은 결말이었다.
아무튼, 친구와 그동안 만나왔던 사람들과의 불화나 수많은 경험담은 다음에 써야겠다.
그렇게 또 주말이 지나갔다. 월화수목금금금처럼 온전히 쉬지도 못하고 즐기지도 못하고 그냥, 그냥 눈 뜬 채로 시간을 허비한 것 같다. 심지어 주말엔 글도 못썼다. 남들은 주말에 운동을 하거나 본인이 하고 싶은 것들을 평소에 하지 못했던 시간들에 해내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 어떻게 저렇게 체력들이 좋을까, 어떻게 저렇게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서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신기하고도 놀랍다. 나는 그저 쉬는 날이라면 쉬거나 늦게까지 놀거나 하는데. 정말 쓸데없는 시간을 보내버리고 있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