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pty Mar 22. 2023

술을 끊지 못하는 사람에게

그것은 나일지도?

술을 끊지 못하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주변인들의 말은 한정적이다. 술이 그렇게 좋으면 술이랑 나가 살라는 말부터 술이 원수라는 말까지 많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술이라는 것은 끊는 것이 아니라 자제하는 게 더 맞는 표현인 것 같다. 실제로 나는 술을 끊지 못해서 매일 마시고 있지만 그게 정말 나쁘다거나 불만이라거나 하는 것은 크게 없다. 물론 몸의 변화와 몸이 무거워지는 것 그리고 간이 악화되어 황달이 생기는 것까지는 어떻게 무마할 수 있겠지만 그것을 포기하고 술을 끊는다는 것이 더 아이러니하다.


아니, 묻고 싶다. 왜 술을 끊어야만 하는가? 과한 음주라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문제가 없지 않겠나? 싶은 생각이 먼저 들지만 우선 술을 마시면 주변인에게 피해를 주건 주지 않건 자연스럽게 피해를 주게 된다. 술을 마시는 분위기나 행위, 술기운에 취해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끼치는 아주 미세한 피해들까지 다 따지고 들자면 끝도 없다. 그러니까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은 술을 마시는 사람을 싫어한다. 우리 엄마가 아빠를 싫어하듯, 나를 싫어하는 것과 같은 이치일 수도 있다. 우선순위가 술인 사람에게 술을 끊으라고 하는 것이 어찌 보면 바보 같을 수 있다. 그 이유는 나도 술을 너무 좋아라 하고 술이 없는 하루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재미없고 기진맥진한 하루들이지만 다른 것들보다 술을 마시면서 즐기는 그 분위기가 좋을 뿐이다.


정말 취하려고 마시는 술이 아니라 적당히 취기가 오른 상태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면 정말 술을 감기약처럼 수면제처럼 먹고 자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이미 인생의 절반 이상을 다 날려버린 사람일 수 있다. 그것이 돈이 됐던 사람이 됐건 친구가 됐건 중요하지 않다. 모든 것을 다 해봤음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술이라는 매개체일 수 있다는 말이다. 나는 술이라는 것을 수면제로도 사용하고 혹은 글을 쓰기 위한 마취제라고도 생각한다. 그래서 매일 마시고는 있지만 이것이 나에게 어떠한 불안과 위험과 책임지지 못할 미래를 가져다줄지는 아무도 모른다. 몸이 갑자기 아프지 않다가 하루아침에 간 기능이 무너져 멀지 않은 시점에 바로 죽어버릴 수도 있다. 나의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내가 바라보는 아빠의 삶은 충분히 멋있었고 훌륭했다. 비록 마지막 가는 길에 뒷수습을 전혀 하지 못하고 돌아가셔서 우리가 마무리하고 해결하느라 정말 머리가 터져버릴 지경이었지만 그것이 아니고선 아빠는 훌륭한 인생을 살다 가셨다.


아마 하늘나라에서도 친구들이랑 약주 한 잔씩 하면서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한다. 술을 너무 좋아하고 술을 끊지 못한다고 다그치고 잔소리를 하고 싸울 것이 아니라 왜 굳이 술인가? 왜 굳이 술이어야만 하는가? 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바라보는 것이 조금 더 현명한 방법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술이라는 것에 의존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것이 사라지면 누군가에게는 정말 삶의 목적도 이유도 모두 다 잃을지도 모른다.

작가의 이전글 3월 19일의 일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