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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Mar 23. 2023

백수의 삶, 꽃몽우리의 삶

요즘 들어 날씨가 참 좋다. 따듯하기도 하고 조금은 덥기도 하고 창문을 활짝 열어두어도 바람이 솔솔 부는 것이 꽤 기분 좋아지는 하루다. 나는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베란다 나가기 직전 큰 중간 창의 바로 옆에서 간이침대를 두고 잠을 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창밖을 바라보고 자는 게 이제는 익숙해진 것 같기도 하다.


요즘 자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고 있는데 보통 3시까지는 혼자 간단하게 술을 마시면서 시간을 보내거나 유튜브로 음악을 틀어둔다거나 글을 쓴다거나 인스타그램을 한다거나 그동안 내가 올렸던 글의 반응을 본다거나 하는 식으로 시간을 주로 새벽에 보내다 보니 밤낮이 바뀌어버린 것 같기도 하다. 아니 밤낮이 바뀌었다. 확실히.


밤낮이 바뀌면 가장 불안한 것은 내가 너무 늦게까지 자는 것은 아닌가? 왜 나는 이렇게 잠을 오래 자는 거지?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 것 같다. 문득 눈을 뜨면 오전 열 시, 열한 시, 열두 시 반, 한시, 두시 반이라는 시간들을 떠지지도 않는 눈으로 겨우내 확인하고 다시 잠에 들고일어나서 시간을 보고 그것의 반복이다. 그러다 결국 두 세시가 지난 늦은 시간에 기신기신 일어나서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고 밥 먹을 것이 있는지 확인을 하고 어제 사둔 대충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일회용 수제비나 술안주로 먹으려고 사두었던 것을 대충 끓여 먹는다.


이런 생활패턴이 익숙해졌다. 물론 익숙해지면 안 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지만 별 수 없다. 알바몬이니 사람인이니 잡코리아니 채용 플랫폼에서 이력서를 수정하고 무수히 많은 업데이트를 하고 무지성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면 모두 지원을 하고 보는데도 불구하고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이제는 쉽게 연락이 오질 않는다. 서류 합격했다는 연락이 오지도 않고 심지어는 이력서를 열람했다는 알람까지 받았지만 내 핸드폰은 울리지 않는다.


백수가 된 이상 이런 일을 예상하지 못하거나 예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시기는 다시 취업을 한다는 것이 왜 이렇게 불안해지는 건지 모르겠다. 20대와 30대의 구직은 차원이 다른 것 같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을 20대에서는 절대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운동을 할 수도 있겠고 술을 끊고 다른 활동을 할 수도 있겠고 차라리 집 밖으로 나가서 의미 있는 행위들을 하고 싶은데 막상 느지막이 일어나는 내가 싫기도 하고 그렇게 늦게 일어나서 늑장 부리다 결국 해가 지는 것을 바라만 보고 집 밖을 나서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던 것 같다. 그 이유는 나는 혼자 나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목적이 있는 외출이라면 액세서리든 피부톤 정리든 뭐라도 해보겠지만 혼자 집 밖을 나선다는 것은, 의미 없는 외출은 나에게 더욱더 큰 외로움만 가져다줄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백수의 삶은 다 그렇겠지만 나는 유독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만 같다. 백수생활이 다 그러하겠지만.

언제쯤 꽃을 피울 수 있을까. 꽃을 피울 수 있긴 할까? 아니, 애당초 내가 꽃이긴 한 걸까?라는 의문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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