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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Mar 20. 2023

3월 19일의 일상

술 먹는 일상 밖에 더 있겠습니까?

제목처럼 나의 3월 19일의 하루는 보잘것없었다. 사실 집에서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었다. 아, 내 입장에서는 그랬을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나는 오늘 오전부터 술기운에 기신기신 취해 정신이 몽롱한 상태로 일어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잠을 깨기 위해서 노력했다. 하지만 나의 잠은 어떻게 해서든 깨게 되어있었다. 내 표현으로 지금 얹혀사는 집에서는 눈만 뜨면 바로 베란다와 창문이 보이기 때문에 해가 뜨는 시간에 따라 나도 자연스럽게 잠에서 깰 수밖에 없었다. 그게 좋다는 의미는 절대적으로 아니다. 조금 더 자고 싶고 조금 더 누워있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눈을 떠야만 한다. 천정 기준으로 오른쪽에 베란다와 창문이 있고 왼쪽에는 거실과 주방, 거실이 같이 있는데 어느 쪽으로 고개를 돌리던 나는 피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오른쪽으로는 해가 떠오르는 것을 피하기 위해 왼쪽으로 눕지만 왼쪽에서도 tv를 보고 설거지와 청소 등을 아침 일찍부터 하는 모습을 보면 나는 정말 오갈 데 없는 신세이긴 하다.


그래서 그랬는지 나는 오늘 일어나서 유튜브를 틀고 음악의 볼륨을 13-15로 틀어두었다. 일요일엔 오후시간까지 나 혼자 집에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음악을 틀어둔 뒤 베란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작했고 내가 잔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청소기를 전체적으로 돌렸다. 이 집에서 청소기를 돌리는 사람은 나 하나뿐인 것 같다. 나는 강박증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누구보다도 깔끔한 사람이고 머리카락에 특히 유별나게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라 바닥을 자주 보는데 머리카락이 널브러져 있는데도 아무도 청소기를 돌리지 않는다. 더러운 채로 사는 것이 익숙해진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청소기를 싹 돌리고 설거지를 시작했다. 왜냐면 어제 고기를 볶아먹은 프라이팬을 내가 닦지 못했다는 미안함이나 피해를 끼친다는 마음이었으리라. 그렇게 설거지를 하다 주방이 너무나도 더럽고 찌든 때가 있는 것을 보자마자 나는 철 수세미로 온갖 기름때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인덕션에 있는 탈부착이 가능한 온도 조절기를 뽑아서 청소를 했고 그 아래는 아무도 청소를 하지 않았는지 때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렇게 청소를 마치고 아주 깔끔한 상태를 유지한 상태로 두었다. 그리고 이어서 분리수거를 했다. 종이와 플라스틱 그리고 일반 쓰레기 총 세 가지의 쓰레기를 분리수거를 해야만 했다. 최소한의 동선을 이용해 한번에 들고나가서 분리수거를 완료하고 나는 20분이라는 부업을 하고 들어오는 길에 알뜰폰 구매 혜택인지 사전 혜택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번에 편의점 2만 원 쿠폰을 준 것이 있어서 소주 페트병 2개와 과자 2개, 매콤 수제비와 마늘 떡볶이와 콜라 1+1, 숙취해소제 1+1을 포함한 제품들을 사 왔다.


나는 이상하게 이런 것들을 모두 기억한다. 남들은 그냥 지나치고 잊어버릴 수 있지만 나는 이런 것들이 너무나도 정신적으로 각인된다. 심지어 결제한 금액은 2만 원 쿠폰을 벗어난 2만 1천 원이었다.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부업도 하고 글도 쓰고 집안을 쾌적하게 만들고자 분리수거와 설거지, 방 청소를 모두 다 끝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제대로 된 돈벌이를 하지 못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를 탓하고 나에게 죄책감을 덮어씌우겠지. 누군가는 나에게 꼭 그랬다. 돈도 안 되는 일을 왜 하냐는 식으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내가 글을 쓰는 것도 불만을 품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현실적으로 돈이 되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내가 하루라도 빨리 이 세계에서 사라지는 것이 좋을까, 그게 아니라면 누군가의 죽음을 기다리고 바라는 것이 나을까. 나는 그 무수한 오답들 속에서 정답을 찾고 싶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다. 청소도, 부업도, 글을 쓰는 행위도 모두 행복하다. 그 이외의 모든 것을 나에게 강요하는 존재들은 나의 적이라고 치부하고 있는 것 같다.


돈이 뭐 중요하다고. 인생에서 돈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기에 나에게 그렇게까지 바라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내가 말하는 그 누군가도 2-30년이 훌쩍 지난 시간 동안 돈을 벌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래놓고선 자식에게 제대로 된 돈벌이가 없다며 잔소리를 하는 것이다. 그 오랜 기간을 잊고 말을 한다는 것이 나는 더 역겨울 뿐이다.


이미 페트병 하나의 술을 다 마무리했지만 오늘은 속상해서 하나의 페트병을 더 마시고 자야겠다. 숙취해소제도 있으니까. 그게 유일한 아주 작은 희망이 아닐까 싶다. 정말 바보 같은 이야기의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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