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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Apr 01. 2023

아무것도 못하겠어요.

무기력인가 보죠 뭐.

제목 그대로, 정말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정확히는 하기 싫다가 아니라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정말 감이 안 잡힌다. 나의 요즘 생활패턴은 밤낮이 확실히 바뀌어졌고 집에서 생활하는 것이 부담스러운지 싫은 건지 모르겠지만 집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인지 그냥 집이 싫은 것인지 이유는 확실하지 않지만 스트레스는 계속해서 자라고 있는 것 같다.


오늘은 역시나 기신기신 일어나서 어제 사둔 컵라면을 대충 먹고 약속이 있어 나가려고 씻을 준비를 하려다 사정이 생겨 나가지 못하고 집에서 그대로 시간을 때우기만 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정말 나 자신이 무기력한 인간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잠이라도 깨고자 tv로 유튜브를 틀었지만 그대로 잠에 들었다. 잠에 들었지만 유튜브는 끄지 못한 상태로 자다가 이렇게 자는 게 맞나? 혹은 어떠한 강박증 때문에 꺼버린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지금 본가에서 가족들과 같이 살지만 가족들과 사는 것이 마음 편하지도 않고 하루가 다르게 눈치를 보고 마치 게스트하우스에 살고 있는 것처럼 엄마를 제외하곤 아는 척을 하지도 않고 마주쳐도 인사도 하지 않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그 과정에서는 많은 일들이 있었겠지만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그저 성향과 성격이 너무나도 정반대인 가족이라는 것뿐. 성격을 고치려고 노력을 해봤지만 결국 아무것도 바뀌는 것은 없었기에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지만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안하무인처럼 하숙집에서 하녀를 부리는 듯 생활을 한다. 나는 그 꼴이 너무나도 보기 싫다.


그래서 그런지 누구를 만나도 아는 척을 하지 않고 인사를 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집에서 누구의 눈치라도 계속 보고만 있고 나의 방 한 칸 없는 집에서 나의 사생활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공간에서 생활하니 이 생활이 편하고 아늑할 리 없다. 눈치 볼 게 뭐가 있냐는 물음에는 충분히 모를 수 있지만 이 집에서 사는 것 자체가 눈치를 보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돌아다니지도 않고 집 소파에만 누워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리고 소파에서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꿈에서 혹은 정신 속에서 깊이 잠들지 못해 계속해서 깨고 뒤척이면서도 전기세는 아까웠는지 tv는 끄고 다시 잠에 들었다. 그리고 난 뒤 꿈에서 나는 실용음악과의 학생이 되어있었고 200명 정도의 바글바글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간에서 실용음악과의 무대를 꾸미는 역할을 받았다. 꿈에서 나는 아직도 정확히 기억한다. 44번의 차례에 무대에 올라가서 공연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꿈에서는 나의 친구도 아는 사람도 하나 없었고 악기전공을 하는 사람과 함께 올라가서 무대를 해야만 했는데 아무도 나와 같이 올라가려고 하지를 않았다. 아니, 날 알아보려고 하는 사람도 하나 없었다.


그 와중에 든 생각은 200명이 넘게 있는 이 공간에서 44번째 차례가 다가왔을 때 내가 올라가지 않는다면 이 모든 사람들은 나를 더 싫어하고 나를 증오할 거라는 생각에 어떻게든 공연을 해보려고 했지만 꿈속의 나는 아는 노래도 없었고 할 수 있는 노래도 없었다. 그저 그 시간이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40번째의 차례에서 꿈에서 탈출할 수 있었고 나의 몸은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이런 꿈을 꾸는 것조차 너무나도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꿈을 너무나도 많이 꾸고 디테일하게 꾼다고 하지만 굳이 내 대학시절에 겪었던 일을 과대해서 꾸게 될 줄이야. 정말 당황스럽고 식은땀이 줄줄 나는 꿈이었다. 그렇게 꿈을 꾼 뒤 잠에서 깼지만 그 꿈이 너무나도 편하고 푹 잘 수 있는 꿈이 아니었기에 다시 잠에 들었고 중간중간 다시 깼다. 그렇게 2시간가량을 잤지만 20분에 한 번씩은 깼던 것 같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의 모든 것이 된 이유가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어서는 아니었을까. 잠자리가 불편해서가 아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 말하는 하는 것도 없는데 잠을 왜 못 자냐는 말에 나는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이 없었지만 나의 꿈까지 생각하지는 못 한 말이기에 가볍게 무시했다. 나처럼 지독하게 꿈을 꾸는 사람이 잠을 편히 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참 우습기만 했다. 그리고 꿈을 꾸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라고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아하면 대화를 하고 싶지가 않다.


내가 아무것도 하기 싫어하는 무기력한 이유가 없지는 않았구나. 나를 지치게 하는 것들이, 나를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들이 있었구나 싶었다. 이전까지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고 모두 나 자신의 문제인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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