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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Apr 06. 2023

adhd, 그 무서운 추억

나는 어려서부터 ADHD를 앓았다. 정확히 앓았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의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부모님의 이유로 병원신세를 아주 많이 졌던 기억이 난다. 항상 병원에 가면 검사를 하고 나는 대기를 하고 있었고 그 대기가 짧은 시간은 아니었다. 항상 무수히 많은 시간들을 대기했어야만 했고 우리 가족의 특성상 미리 알아보고 예약을 하고 갈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수준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조금은 불편할 수 있겠지만 나의 어린 시절엔 예약이라는 개념이 거진 없었다. 예약보단 전화하고 가거나 일단 머리부터 들이밀고 개인정보를 말해주고 기다리는 것이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이래 봬도 꽤나 나이를 먹었으니까.


사실 어려서부터 ADHD를 알 리 만무했다. 엄마가 너는 왜 이렇게 집중을 못하니?라는 말에 나는 대수롭지 않게 책상에 앉아있기 싫어 지루해 오래 앉아있는 게 싫어-라고 얘기했을 것 같기도 하다. 나의 마지막 기억으로는 이전 살던 집에서 국어를 담당해 주시는 선생님이 있었는데 하루는 내 방에서 수업하는 게 싫다고 거실의 식탁에서 수업을 한 적이 있었더랬다. 그런 것을 보면 나는 하나의 공간에서 무언가를 지속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이었을 수도 있었던 것 같다. 안타깝지만 그것이 나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렇게 거실에서 수업을 하고 난 뒤 나는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를 한 것인지, 아니면 그 선생님의 개인적인 안타까운 사정을 내 눈으로 보게 되어서 그만두게 된 것인지는 가늠할 수 없다.


방에서 스탠드만 켜고 책만 바라보고 있었을 때는 몰랐지만 거실처럼 넓은 곳에서 수업을 하니 안 보이던 것들이 보였던 이유도 있었겠다. 선생님은 화상을 입은 건지 얼굴 한쪽이 화상자국으로 심하게 물들어있었고 그것을 가리고자 머리카락으로 수습했다. 그런 모습을 보고 나는 그 어린 시절에 아팠겠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하고 고민을 했었고 그 어린 나이에 선생님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보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후회로 남았다. 나름 정말 잘 가르쳐주셨던 것으로 기억을 하고 성격도 매우 쿨하고 착하셨다. 어린 시절은 판단이 흐리겠지만 나는 똑똑히 기억한다. 그 선생님이 마지막 날 입고 왔던 옷의 색과 옷의 재질을.


마지막 수업 때 입고 왔던 옷은 파란색 약간은 비치는 시스루 블라우스였고 일자 블랙 슬랙스를 입고 왔다. 블라우스를 바지 안에 넣고 오셨고 긴 생머리가 찰랑거리는 선생님이었다. 아마도 가방은 흰색이었을 것 같다.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때의 분위기가 온전히 느껴진다.


그렇게 수업을 마치고 그 이후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책상에 30분 이상 앉아있지 못한다는 이유로 집에서 매우 많이 혼났다. 실제로 나를 방안에 가두는 것처럼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라도 하라고 방에 집어넣었고 문을 닫고 나갔다. 그 공포심에 나는 억지로라도 책상 앞에 앉아있었지만 그것이 오래가지 않았다. 책을 펼치고 그 위로 완독한 만화책을 봤다던가 나무 재질이었던 책상에 낙서를 한다거나 성냥으로 나무젓가락에 불을 태워 그것을 책상에 비비면서 흔적을 남기려고도 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기억나는 것은 정확히 나의 오른쪽 2종 미니 서랍에 있는 컴퓨터 사인펜이 많이 있었는데 그것을 하나씩 일일이 다 책상에 써 내려가곤 했다.


'잘 나오나요?', '잘 나오네요', '잘 안 나오는 것 같지만 잘 나오네요?'라는 식으로 책상에 낙서를 해대기 시작했다.


이런 과정을 모두 기억하는 것을 보면 나는 정말 세심하고 예민하고 모든 것을 기억하려는 사람인 것 같다. 아마 그때 미니서랍에서 찾은 컴퓨터 사인펜은 6개였던 것 같다. 기억을 되짚어보면 저런 말을 썼던 개수가 5-6개는 되는 것 같았다.


나는 언제까지 추억에, 과거에 살고 있을까 싶다.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이런 기억이 무슨 소용이 있다고 아직까지 기억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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