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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Apr 11. 2023

퇴사, 퇴직금 정산, 완전한 백수

드디어 길고 길었던 퇴사와 퇴직금 정산이 끝났다. 정확히 언제부터 회사를 안 나갔는지도 모르겠다. 2월 27일부터 나가지 않은 것 같다. 하나도 없는 줄 알았던 연차가 4개나 남아있었고 최대한 마주치고 싶지 않은 회사여서 부랴부랴 일정을 조율하고 퇴사 날짜까지 정해서 마지막 근무도 마쳤다.


그러고 거진 한 달 이상이 지났다. 4월이 되면 퇴직금으로 일본 여행을 다녀오려고 준비를 했지만 4월 1일은커녕 10일 날 퇴직금이 정산이 됐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여행 스케줄이 확정되지 않아서 다녀올 수가 없었다. 여행은 취소가 됐다. 그 돈으로 뭘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나에게 선물이라도 하는 게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나 자신에게 쓰는 돈은 너무나도 아깝기 때문에 선물 생각은 사실 사라진 뒤다.


내가 그나마 좋아하는 사진 촬영을 위해 3-400만 원을 투자해서 그쪽으로 다시 길을 찾아야 할까? 아니면 상태 괜찮은 중고차를 구매해서 집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살아볼까? 그것도 아니라면 도대체 난 뭘 해야 하지? 이렇게 그냥 생활비라고 먹고 돌아다니는데 돈을 쓰고 나면 나에게 뭐가 남을까?라는 걱정과 고민이 너무나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퇴직금이 정말 얼마 안 될 줄 알았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들어와서 오히려 놀랐다. 모든 돈을 긁어모으면 간신히 이번 생에서 처음 보는 숫자인 천만 원이라는 돈이 있지만 그 돈을 효율적으로, 생산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나에게는 돈을 모으는 게 헛수고다.


그렇게 돈을 모아도 돈을 써야 할 때 쓰지 못하고 오히려 써야 할 때를 모르고 무방비로 써대곤 한다. 나는 나 자신의 그런 모습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퇴직금을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렸건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돈을 한 곳으로 모아 ‘아, 나 이 정도 벌었구나. 신기하네’라고 되뇌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이 나이까지 살아오면서 모은 돈이 고작 그거라니. 생각보다 더 한심한 것 같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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