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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Apr 23. 2023

부산 여행하다 만난 부동산 투어

아니 이런 가격이라고요? 진짜로?

부산여행은 무사히 잘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지만 가장 큰 충격이 있었다. 마지막 서울로 돌아오기 이전에 광안역 근처에 있는 술집에서 술을 마셨다. 그 술집이 있는 골목에는 3개의 유명한 술집이 있었다. 장작구이집과 일반 포장마차와 뒷고기를 판매하는 음식점이었다. 마지막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쉬워서 횟감을 먹어야 할지, 뒷고기라는 것을 먹어봐야 할지 쉽게 결정할 수는 없었지만 회보다는 뒷고기라는 것이 너무나도 궁금했기 때문에 뒷고기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고 술을 대충 마무리하고 집에 오는 길에 이번 부산을 여행하면서 나의 습관은 부동산 창문에 붙여있는 매매, 월세, 전세방의 금액대였다. 사실 이번 여행의 첫 숙소는 지어진 지 1년도 되지 않은 정말 신축 중의 끝판왕인 것 같은 곳이었다. 광안 KCC 오피스텔이라는 건물이었는데 시세를 확인해 보니 7평의 아주 작은 원룸 오피스텔이 3.65억에 거래가 됐다. 그 이후의 매매가는 밝혀진 바 없지만 광안대교가 훤히 보이는 뷰가 정말 예술이었다. 집에서 가난한 생활을 해도 그 오피스텔 하나만 가지고 있으면 아니 그 집에서만 생활하고 집 밖으로 나오지 않더라도 너무나도 행복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여태껏 살아본 원룸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깔끔했고 매트리스에서 커튼만 걷으면 바로 바다가 보이는 그야말로 미친 뷰였다.


원룸 내에는 환기 시스템도 있었고 이중 창이 어쩜 그렇게 무거웠는지 건장한 남자의 힘으로도 쉽게 여닫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방음에 신경을 쓴 것 같았다. 그냥, 그 오피스텔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부산을 여행하면서 부동산이 보이면 나는 금세 쪼르르 달려가서 부동산 창문에 적어둔 시세들을 보곤 했다.


그리고 이제는 집에 가야 할 시간이지만 지하철을 타러 가면서 우리가 식사한 고깃집 옆에 바로 부동산이 있어서 하나하나 봤는데 오피스텔인데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이라는 문구를 보고 우리는 무언가에 홀린 사람들처럼 들어가서 물어보자고 이야기를 했고 바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서울 사람인데 저 가격에 홀려 들어왔다. 혹시 저 방의 사진을 보여줄 수 있겠냐라고 이야기를 한동안 했는데 머쓱해하시더니 보러 갑시다 별로 멀지도 않은데라고 대답을 하며 부동산에서 정말 2분 거리에 있던 초 역세권 오피스텔로 들어섰다.


우리에게 보여준 집은 16층의 1.5평 수준의 원룸이었는데 너무나도 매력 있었다. 그 건물 앞에는 높게 지어진 건물이 없어서 가로막는 것이 없었고 해가 정말 잘 들었다. 둘이 살아도 충분히 살 수 있을 정도였고 이런 오피스텔이 월세 50만 원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관리비는 7-8만 원 정도 나온다고 했다. 물론 그 집을 보고 너무 좋아하던 와중 이 방은 나갔고 나중에 결정하고 내려올 때 있는 방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원룸을 그래도 몇 번 구해본 짬밥으로는 저 말은 '당신들이 언제 내려오겠다고 하면 그 시기에 맞추어서 더 비싼 방을 보여줄 테다'라는 마음이 내포되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굳이 부동산 창문에 붙여둔 가격의 매물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다른 sold out 된 방을 보여주는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그 방에 너무나도 매료되었던 우리는 부산에서 일을 알아보자, 우리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내려가자 라는 이야기를 엄청나게 주고받았고 (소위 부산 뽕에 취했었다.) 겨우 정신을 붙잡고는 부산에는 내가 원하는 직업도 직군도 없었기에 점차 현실을 받아들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과의 갭차이는 너무나도 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서울에서는 4평도 되지 않는 좁디좁고 해도 들어오지 않는 방을 월세만 57만 원 주고 살았는데 부산에서는 오피스텔에 1.5평에 해도 잘 들어오고 초 역세권인 곳이 가능하다니.


물론 공인중개사의 말을 200% 신뢰하거나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의 퀄리티인 것 같아서 참 신기하기만 했다. 그리고 광안대교를 바라보는 바다 뷰는 훨씬 더 비싸다고 했고 우리가 처음 묵었던 숙소는 정말 비싸다고 했다. 하지만 교통 인프라가 좋지 못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숙소는 뭔가 이해가 됐다. 정말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나는 2-3년 후에 서울에 살고 있을까 아니면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부산이나 지방으로 내려가서 나름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까. 나도 나를 모르겠다. 오늘 마주한 그 현실이 참 거품이 끼어있고 거짓이 섞여있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찾은 것 같기도 하다. 나중에 제대로 내려가서 부동산 투어라도 해야지. 참 매력 있는 것 같다. 부산이라는 곳.

전 여기서 죽어도 여한이 없을 듯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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