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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Apr 22. 2023

부산 여행의 끝은 에어팟 분실

시밡.

부산에서의 마지막 날까지 잘 먹고 잘 지냈다. 주말 치고는 저렴하게 숙소를 예약했고 그곳에서는 세제를 이용해서 세탁을 할 수도 있었고 건조기가 있어서 어렵지 않게 옷을 말릴 수도 있었다. 그 숙소는 해운대 해수욕장과 걸어서 15분 안쪽으로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서비스가 제공되는 듯했다. 금요일 저녁 숙박이었는데 5만 원으로 예약을 했다. 서울에서는 경험해 볼 수 없는 요금이었다.


그렇게 서울로 올라가기 전에 열두 시에 숙소에서 나와 아침부터 돼지국밥을 먹으러 갔다. 부산에 내려오자마자 먹은 국밥보다는 훨씬 맛이 덜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먹는 기성 국밥보다는 훨씬 더 맛있었다. 국밥집에서 웨이팅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정말 다행히도 우리가 들어가서 음식을 시킨 뒤 웨이팅은 심해졌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돼지국밥과 부산 소주인 대선을 시켜서 먹었다. 술이 아직 덜 깬 상태에서 해장술로 먹는 술은 너무나도 맛있었다. 숙취는 아직 덜 깨서 정신이 몽롱했지만.


그렇게 해운대와 광안리를 오가며 음식을 먹고 술을 먹고 서울로 올라가기 직전까지 둘이 4병을 마신 것 같다. 얼마나 술을 마시는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여행의 시작과 끝이 술이라는 것이 참 행복했다. 그 가치관을 이해해 주는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애당초 내 여행 스타일은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었다. 이리저리 관광지를 누비거나 사진을 찍고 투어를 하거나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오히려 숙소에 있거나 그 근처를 배회하며 시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지 같이 가는 사람의 여행 스타일이 다르면 그것만큼 괴로운 게 없었다. 나는 내 스타일대로 해야만 해서 같이 가는 사람이 많이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말은 하지만 나랑 여행을 간 사람이 많지는 않다.


그렇게 마지막 편의점에서 아쉬워서 과자에 술을 마지막으로 마시고 있었는데 바로 코앞에서 음악분수쇼를 했다. 20분 정도 진행되었는데 음악이랑은 전혀 관련 없는 리듬으로 분수가 분출되었고 얼마나 근처에 있었으면 높게 쏘아 올린 분수는 우리에게 다 튀었다. 그래도 너무 즐거운 여행이었다-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한 시간을 버스 타고 달려 부산역에서 ktx를 탔다. 그러고 기차 안에서 글이라도 쓸 요량으로 에어팟을 찾아봤는데 어디에도 없었다. 입으로는 아니겠지 아니겠지 설마 내가? 내가 잃어버린다고?라고 이야기를 계속해서 혼잣말을 해댔지만 가방 어디에도, 들고 다니는 충전기 파우치에도 어딜 봐도 없었다. 혹시나 해서 마지막으로 묵은 숙소에 전화를 했더니 다행히도 있다고 연락을 해서 택배 수거를 요청해서 다시 연락을 달라고 했다. 그렇게 7천 원이라는 돈을 결제를 하는데도 4-5번 결제 실패가 되어서 조용하던 기차 안에서 나의 스트레스 지수는 극에 달했지만 어찌어찌 해결은 했다. 다시 숙소에 전화를 해서 정말 죄송하다고 설명을 했고 시간에 맞추어 택배를 보내겠다고 했다.


찾게 되어 너무나도 다행이지만 이런 실수를 했다는 게 참 신기하기만 하다. 나는 여행을 가서 일부러 버리고 온 물건들은 있었지만 깜빡하고 잃어버린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아마도 부산 여행 하면서 펫 페어를 다녀오면서 신경 써야 할 것도 있고 짐도 점점 많아지고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아서 나에게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물건을 놓고 온 것 같다. 정확히는 놓고 왔다기보단 불 꺼진 숙소에서 어딘가에 밀려 구석으로 빠졌으리라.


그래도 청소하면서 그 에어팟을 보관하고 있음에 감사하고 숙소에서 따로 챙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해줌에 참 감사했다. 시작은 좋았지만 끝이 좋지 않은 이 찜찜한 기분으로 다시금 서울에서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눈앞이 막막하다. 그래도 괜찮겠지, 다녀온 것이 나 자신에게 어떠한 영감을 주었을지 모르겠지만 뭐라도 줬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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