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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Apr 26. 2023

모아둔 돈을 쓰는 게 죄인 것 같다.

갑자기 문득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여태껏 살아오면서 돈을 현명하게 소비해 본 사람이 아니다. 그저 나의 삶은 부모님이 돈을 모아라, 돈을 모아야만 한다라는 말로 나를 가스라이팅을 했고 내가 필요한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모으게만 했다. 그래도 그 말을 듣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으면서까지 돈을 모으지는 않았다.


지금 얼추 내 인생에서 가장 큰돈인 천만 원이라는 돈을 모았다. 하지만 나는 그 돈을 월세 보증금이나 다른 돈으로 쓰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그 돈으로 차라리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무언가를 하려고 투자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어려서부터 사진 촬영하는 것을 너무나도 좋아했다. 하지만 카메라의 경우 비싼 돈을 줘야만 사양도, 사진의 출력값도 좋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렸을 때의 나는 그 무시무시한 큰돈이 너무나도 무서웠기 때문에 쉽게 살 수 없었고 사달라는 말을 하지도 못했다.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용돈이나 세뱃돈을 모아서 엄마에게 졸업선물로 카메라를 사고 싶은데 돈이 조금 모자라다고 이야기를 하며 투자 아닌 투자를 받고 카메라를 샀었더랬다.


지금은 4-500만 원을 투자해서 카메라 세트를 가지는 것이 내 인생에 도움이 되는지 너무나도 궁금하다. 어차피 카메라는 소모품이라 부품을 교체하지 않는다면 시세는 떨어질 것이고 더 좋은 카메라가 나올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요즘 꽂힌 카테고리가 몇 가지 있는 것 같다. 카메라, 원룸 등 살 수 있는 집, 전자기기.


이렇게까지 카메라를 원한 적이 없었는데 세트로 판매하는 판매자가 가격을 생각보다 좋게 내놨다는 생각이 들어서 자꾸만 혹한다. 구매를 해야 하는가, 아니면 그 돈을 아껴서 다른 더 좋아하는 일을 해야만 하는가. 정말 모르겠다. 정말 미쳐버리겠다. 카메라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구매한다고 해도 내가 카메라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쓸모없는 일이다.


정신을 차려야겠지. 당장의 생활비도 없는 마당에 무슨 모아둔 돈으로 그 비싼 카메라를 사는 건지. 나는 늘 이렇게 합리화를 한다. 내가 모아둔 돈을 쓸 수 없기에, 쓰고 싶지만 쓸 수 없기에 자기 합리화를 한다.


카메라는 둘째치고 술이나 더 사 와야겠다. 내가 모은 내 돈을 이렇게까지 고민해야 한다는 게 참 웃기기만 하다. 나는 돈을 투자하더라도 그 이후의 돈벌이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구매를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사고 싶으니까 살 수 있다. 그렇게 사고 나면 내 인생은 끝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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