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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Apr 26. 2023

부산 여행을 또 가고 있는데요.

이번 여행은 짠내투어랍니다.

부산으로 여행을 다녀온 지 얼마나 됐다고 또다시 부산을 가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여행 계획을 짜고 또 가겠다는 다짐을 하고 간 것이 아니라 하루아침에 눈 뜨자마자 여행을 가게 되었다. 물론 나는 즉흥적인 사람이라 즉흥적으로 어디론가 떠나는 걸 좋아한다. 계획적이고 맛집을 찾아다니고 조사하고 하는 스타일이 절대 아니다. 그럴 사람이 되지도 못한다.


아마 부산을 다녀온 기억이 너무나도 좋은 기억들밖에 없었기 때문에 나는 또 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이번에는 여자친구와 여자친구가 키우는 강아지도 함께 가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이 지나면 여자친구 동생까지 합류해서 같이 놀 것이다.


요즘 드는 생각이 참 많다.


돈을 많이 벌고 열심히 일해서 차곡차곡 돈을 모으는 게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 책임감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아졌다. 과연 여행을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시간을 보고 서울에서는 평소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는 것에 감사하며 여행에 조금 더 집중을 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사실 여행 다니는 게 낯설다. 여행을 많이 다녀본 것도 아니고 2-3년 전 집안 사정으로 집안이 크게 휘청거렸을 때만 하더라도 나의 인생에서 여행은 다시없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물론 집안이 휘청거릴 때 여행을 갔다는 말은 아니지만 앞으로 여행이라는 단어를 입밖에 꺼낼 수도 없을 정도로 좋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런 내가 지금 2주도 되지 않아 부산으로 여행을 두 번이나 오게 됐다. 모아둔 돈이 조금 여유가 있어서였을까 아니면 그저 즉흥적인 나를 잘 설득한 여자친구의 몫이었을까.


사실 이번 여행까지 다녀온다면 나는 정말 집에서 손가락만 빨고 지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모아둔 돈이 정말 펑펑 써도 모자라지 않을 정도로 모아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하나의 체크카드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돈을 소분해 놨는데 그중 약 천만 원이라는 돈을 모아둔 통장은 절대 건드려선 안된다는 마음이 누구보다도 강하다. 그 돈을 어떻게 벌었는데! 가 아니다.


그 돈으로 독립을 할 수도 있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할 수도 있다. 그것을 위해 돈을 절대 아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고 그 돈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정말 급한 일이 아니라면 손대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굳은 다짐을 했지만 막상 생활비가 점차 떨어져만 가고 집안 상황이 더 좋지 않은 상황으로 흘러가는 마당에 더 이상은 그 신념을 지킬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행을 왜 떠났을까. 움직이지 않으면, 집안에서 여태껏 모은 돈을 바라만 보고 있으면 상황이 달라지는 것도 없다. 그저 '내가 그래도 이전보다는 열심히 살았구나'라고 위안하며 하루하루 빈곤한 삶을 사는 게 옳을까? 아니면 조금이라도 집밖으로 나와 어떠한 경험이라도 하는 게 맞을까?


부산으로 향하는 ktx를 타고 있지만 이 와중에도 그것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왜 내가 부산에 또 왔는지, 없는 돈을 탈탈 털어가면서 짠내투어를 하러 가는 건지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였을까? 단순히 서울살이가 지독하고 각박하고 일도 구해지지 않아서였을까?


나 자신에게 계속해서 매일 물어보고 있지만 정답은 나도 모르겠다.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떠나고 싶어서 떠나는 거지 이유가 있어?"라고 자신 있게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오긴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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