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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Apr 27. 2023

새벽 바다가 가져다준 부산 일기

어쩌다 보니 일주일도 안되어서 오게 된 부산은 올 때마다 참 행복했던 기억밖에 없다. 오늘은 광안리 해수욕장의 메인 거리에 숙소를 잡았다. 평일이라 그런지 4만 5천 원이라는 금액으로 비교적 강아지를 포함한 금액은 나쁘지 않았다. 서울에서도 평일 숙박 금액은 4-5만 원 선이지만 광안리 특성상 바다가 바로 보이는 뷰가 그 정도 가격이라는 게 참 감사하기만 하다.


부산을 올 때마다 이런 좋은 원룸을 오게 되어서 그런지 이곳에서 정말 살고 싶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번 여행은 돈을 많이 아껴야만 하는 여행이라 식사와 반주를 곁들이고 2차는 피자와 편의점에서 술을 사서 방으로 들어왔다. 조금이라도 돈을 더 아껴보자는 계획이었지만 편의점에서 2만 5천 원어치의 무언가 들을 산걸 보아하니 이게 돈을 아끼는 방법 중 하나가 맞긴 한 걸까?라는 의문도 들긴 했다. 저번 여행에서 술집을 갈 때마다 5-6만 원은 기본으로 나온 걸 생각해 보면 돈을 아끼자는 취지는 충분했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눈앞에 보이는 숙소들이 불을 다 끄고 잠을 청하러 간 것 같다. 이 숙소를 찾아볼 때 바로 앞에 있는 건물을 이용하는 사람들과 마주칠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고 했는데 이 정도로 가까울 줄은 몰랐다. 서로 사생활이 지켜지진 않지만 뭐 서로 나쁜 짓을 하는 것은 아니기에 크게 문제 될 일은 없었다. 


내가 이렇게 부산에 여행을 와서 이렇게 지내고 있어도 되는지 모르겠다.


남들이 다 오는 행복하고 만족스럽고 풍족한 여행이 아닌 아끼고 아껴야만 하는 여행을 왜 왔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이 오고 싶어서 왔겠지라고 나 자신을 위로하지만 그 하나의 이유만으로 이 모든 것을 이해하기에는 사실 힘들긴 하다. 나는 우리 집이 그렇게 찢어지게 가난한 상황이 될 줄 몰랐기 때문에. 내가 지금 이렇게 먹고 마시고 새벽 시간에 글을 쓰면서 바다를 보고 파도치는 소리를 듣는 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만 들뿐이다.


물론 누구보다도 행복하고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하지만 행복한 감정이 오히려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불안해지는 느낌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행복해야만 하나? 나만 행복하다고 되는 일이 아닐 텐데, 나에게는 건강이 그리 좋지 않은 엄마가 있다는 사실이 잊히질 않는다. 그렇다고 당장 손을 써야만 하는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지는 않았지만 늙어간다는 것을 이유로 아프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여행을 와서 행복한 말만, 행복한 생각만 하고 싶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참 고통이다. 나에게는 다시 돌아가야만 하는 현실이 있다. 그 현실을 마주하지 않으려고 자꾸만 서울에서 벗어나 어디론가 떠나려고 하지만 나에게는 무슨 일을 할 능력도, 어떤 일을 해낼 능력도 없다. 이렇게 하루에 한 두 개씩의 글을 쓴다고 해서 나의 인생이 구원받거나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고 월세를 내면서 글을 쓰는 행위로 경제적인 독립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나는 지금 또 다른 무언가의 구원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하고 고민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의 구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지 않는 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나 구원을 받기에는 너무 부끄럽다. 그냥 이렇게 살다 우울증에서 허우적대다 벗어나지 못하는 게 내 인생의 최선이 아닐까 생각한다.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고 결국 내 인생까지 포기하는 마지막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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