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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Apr 29. 2023

여행도 여행이지만 걱정이 많은걸요.

4월은 참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거의 2주라는 시간 동안 부산이라는 곳을 두 번이나 왔고 여행을 지독히도 했기 때문에. 이제는 부산 해운대와 광안리가 나의 집 근처라고 생각이 들고 낯설지 않아 졌다. 그만큼 자주 그리고 많이 와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이곳에서 사는 로컬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나는 이곳이 너무 좋다.


좋은 이유가 뭐냐고? 일단 서울보다 훨씬 덜 경쟁을 하는 곳인 것 같다. 서로 밥그릇 뺏기지 않으려고 24시간 내내 기력과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야만 하는 서울보다는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는 부산이 좋았던 것 같다. 물론 이곳에서도 먹고사는 행위는 별 다를 바 없겠지만 서울 촌놈인 나는 이곳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유로운 곳인 것 같다. 편의점 알바를 하더라도 본인의 신념을 지키고 일을 한다던가 음식점 서빙이나 사장님 혹은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들만의 프라이드가 있는 것 같아서 그 모습이 너무 멋있다.


사실 서울에서는 사업을 한다거나 장사를 한다고 하면 갑과 을의 관계가 손님에게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다. 고객이 리뷰를 제대로 써주지 않으면 우리 가게의 평판이 낮아지는 현상처럼. 그렇다고 서비스가 좋았다고 별점을 100개 혹은 그 이상을 줄 수 있는 노릇도 아니다. 나는 좋든 싫든 그 수치가 많아지면 리뷰를 꼭 쓰는 편인데 그건 음식점을 이용하는 고객 입장에서 쓰는 글인데 그 리뷰만을 보고 여기 가지 말아야지! 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


나는 여행을 4월에만 부산을 두 번이나 와버렸다. 이제 나는 돌아갈 사람이지만 어떠한 이유로 부산을 오게 됐다. 원래 나의 계획은 일본을 가는 것이 목표였지만 이렇게 국내 여행을 오래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나는 보통 여행을 가면 1박 2일이라는 개념만 있던 사람인데 그 고정관념을 깬 곳이 부산이었다. 국내 여행도 이렇게 오래 행복하게 있을 수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으로.


하지만 여행이 끝나면, 마치 연극이 끝나고 난 뒤 깊은 허망함이 찾아오는 것처럼 나 역시도 너무나도 불안하다. 집에서는 일 하러 간 거냐는 연락을 받고 있고 나 자신도 통장 잔고가 이제는 점점 벅차오르기 때문에 무슨 일이라도 구해야만 한다. 내가 그나마 하고 싶어 하는 글을 쓰는 행위로는 더 이상 밥을 벌어먹을 수가 없다. 정말 유명한 작가가 된 것도 아니고 어느 플랫폼에 등재되어 있는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나는 어떻게 해서라도 돈을 벌어서 밥이라도, 내 앞가림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지만 나는 그 사실들이 너무나도 불안하다.


내가 모아둔 돈을 조금씩 쓰게 되는 거구나, 내 몸은 정말 살이 뒤룩뒤룩 찌고 있구나,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사회에서 원하는 일을 하더라도 나는 그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누구보다도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너무나도 뼈저리게 든다. 여행이라고 포장은 했지만 사실 알고 보면 여행보다는 15%의 마음으로 노숙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그저 내가 돈이 없어서, 내가 가진 돈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같이 여행을 온 사람들이 피해를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불안함도 많다.


나의 인생은 불안하다. 모든 순간이 불안하고 걱정스럽다. 미리 대처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라도 터질 것만 같다. 그래서 나는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남들보다 더 많은 리소스를 투자하고 남들보다 더 많은 감정소비를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사회라는 곳은 내 처지를 다 알아줄 생각도 없고 알아주지도 않는다. 각자도생. 각자도생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내가 무슨 일을 해서 도생을 해나갈지는 아직까지도 모르겠다. 글을 쓰는 행위 혹은 다른 행위들로 돈을 벌어서 기차 편과 먹는 것만 해결이 된다면 너무나도 행복할 것 같은데 그것을 이루기까지 너무나도 많은 리소스와 능력 혹은 재능이 필요하다. 아무리 짧은 시간의 영상을, 글을 올린다고 하더라도 대중에게 잊히면 그것은 작가로서의 삶은 시한부라는 뜻이다.


아마도 내 글은 시한부를 이미 넘기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여태껏 모아둔 돈으로 끝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게 맞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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