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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Apr 30. 2023

스트레스, 사회생활, 글이 써지지 않는 이유

아무래도 내가 심적으로 무슨 변화가 있었나 보다. 쉽게 글을 써 내려갔던 이전과는 다르게 이상하게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이유가 뭘까. 알고 싶지만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지금 내 상황이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물론 행복하고 즐거운 일도 많이 있지만 결국 인간이 해야만 하는 일인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큰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한다.


쥐꼬리지만 벌어서 모아둔 돈으로 여행을 다니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하고 지내고 있다. 하지만 나의 가족들은 그 꼴이 보기 싫었나 보다. 물론 나에게 생활비를 달라, 관리비를 내라고 압박하는 것은 전혀 아니지만 한동안 집을 들어가지 않을 때는 한 번씩 연락이 온다. 밖에서 도대체 뭘 하고 돌아다니는 거냐, 모아둔 돈도 쥐꼬리만 한데 백날천날 그 찔끔 모아둔 돈으로 뭐 하고 다니는 거냐고 한 번씩 윽박을 지르곤 한다.


물론 이제는 나이가 들만큼 들어서 그 말이 여태껏 내가 사회생활을 하고 돈을 벌고 저축을 해왔다는 모든 행위들을 무시하려는 발언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나의 가족의 표현방식은 항상 그래왔다. 좋게 이야기를 돌려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어떤 말이라도 뱉어야만 하는 습관. 나는 이제 충분한 어른이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가족의 그늘에서는 벗어나질 못했다. 여담이지만 아직까지도 나는 어린아이 취급을 받고 있다. 30대가 되어 충분히 혼자 할 수 있을 정도이지만 아직도 밥을 혼자 차려먹거나 청소를 하거나 우직하게 사회생활을 한다거나 친구관계에서의 스트레스를 능동적으로 조절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건 이미 10대 시절부터 20대의 폭풍기를 지나 30대가 된 지금은 사실 친구가 없어서 그런지 누군가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관계를 지속해야 한다는 강박증도 없고 압박감도 없다. 한 번씩 누군가를 만나게 되는 순간이 오면 그 순간은 너무나도 즐겁고 행복하지만 그 이후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순간적으로 나를 미치게 한다. 이래서 내가 옆에 친구를 두지 못했었구나-라고 반성을 할 정도였으니까.


글이 써지지 않는 이유는 충분히 많고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와서 그런지 나의 몸 상태가 마냥 좋지는 않다. 여행을 다녀오면서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니 그동안 숨어있던 햇빛 알레르기가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정말 온몸이 가려워서 미칠 지경이다. 이놈의 햇빛 알레르기로 군대 훈련소에서부터 고생을 많이 했다. 단순히 햇빛 알레르기 때문에 햇빛 아래에서 훈련을 받지 못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는 동기들에게 철저히 무시를 당했고 그들은 나에게 전우애라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학창 시절 왕따를 당하는 것 같은 기분으로 군대에서도 똑같은 감정을 느꼈어야만 했다. 누군가에게 철저히 외면당하는 모습을 그 어린 스무 살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찼던 것 같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내 인생은 느리디 느린 인생인 것 같기도 하다. 만개할 수 있을까 혹은 만개하기 전에 시들어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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