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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May 01. 2023

선물보단 마음이 중요해!

여행에서 돌아와서 바로 집으로 간 것이 아니라 여자친구의 집으로 갔다. 간 이유는 모르겠다. 너무나도 힘들게 여행을 하고 온몸이 피곤해서 나도 모르게 잠깐 집에서 쉬고 가도 되냐고 물어보고 같이 갔던 것 같다. 사실 여자친구의 집이 당연한 것도 아니고 익숙하지도 않고 불편하지만 그럼에도 가는 이유는 별다를 게 없다. 내리는 역에서 가장 가깝기 때문에 잠깐 쉬어가도 되는 그런 느낌일 것이다. 나는 그렇게 잠깐 쉬어가는 집에서 몇 시간이든 며칠이든 지내는 동안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청소도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집안일을 하는 편이다. 그래서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하고 빨래 개는 것도 돕는다. 하지만 그게 자존심 상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그런 일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루를 잠을 청하고 다음 날, 여자친구 어머님이 엄마를 가져다 드리라며 건네어주신 것은 다름 아닌 인삼과 인삼주였다. 그날 여자친구 어머님은 지방 어딘가의 인삼을 기반으로 한 코스여행을 떠나셨고 거기서 체험하고 구매한 인삼을 나에게 가족들 가져다주라며 건네어주셨다.


나는 인삼을 먹어본 적이 없다. 인삼이 좋은지 안 좋은지도 모르는 사람이다. 산에서 나는 약초 중 가장 좋은 약초는 산삼이라고 하지만 인삼도 아쉬울 건 없다고 본 것 같다. 아쉬운 수준이 아니라 못 구해서 안달이지. 제 돈 주고 구매를 하자니 비싸기도 한 것이 인삼이 아니었을까.


무심하게 이거 저거 해서 가져다 드려~라는 여자친구의 어머님 말을 들으니 그 선물의 값어치보다 나를 생각해 주셨다는 그 마음이 너무나도 감사했다. 인삼주는 심지어 인삼 냄새가 아주 코를 찌르듯 강력했고 인삼은 제대로 된 포장이 되어있지 않았고 비닐에 둘둘 감겨있었지만 나는 인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그리고 나의 가족을 위해서 그렇게 해주셨다는 마음이 너무나도 감사했다. 예전 같았으면 인삼이 남아서 나에게 짬처리를 하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했겠지만 도라지도 아니고 자식도 3명이나 되는데 굳이 나에게 줄 이유는 없었다.


나는 항상 그랬다.


선물을 받으면 선물보다 선물을 해준 그 사람의 마음이 참 감사했고 고마웠다. '나를 위하는 마음'에 나는 너무 좌지우지되는 느낌이었다. 이번에도 그랬다. 어머님은 인삼과 인삼주를 주셨고 아버님은 직접 요리한 김치찜과 잡채를 집에 가져가라고 하셨다. 왜 이렇게까지 챙겨주시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마음에 들어서? 내가 이쁜 짓을 많이 해서?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잘한 일은 없다. 그렇다고 가게를 하시고 일을 하시는 두 분에게 내가 제대로 해드린 것은 없다. 그랬는데도 불구하고 나에게 왜 이렇게 하나 둘 챙겨주시는 걸까. 


차라리 내가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생각했으면 아무것도 안 챙겨주시면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도 있다. 오히려 이렇게 챙김을 받아서 내가 무엇이라도 해드려야만 한다는 강박이 점점 생기고 있지만 내 수준에서는 그분들에게 만족을 드릴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나는 나의 엄마, 누나보다 여자친구의 가족을 더 챙기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항상 말하는 거지만 사랑받기 위해서는 사랑받을 짓을 해야 사랑을 줄 수 있다. 우리 가족이 딱 그 말이 어울리는 것 같다.


참 감사한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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