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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May 07. 2023

우리 집, 너네 집, 자존심, 부랑자, 떠돌이

내 집 없는 서러움을 매일 느끼고 있다.

내 글은 에세이라고 분류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악취가 나는 글이 되어버린 것 같다. 아주 오래전 나 혼자서 지옥 같은 생활을 버티지 못하고 하루가 멀다 하고 나 자신을 학대했던 나로서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나도 힘들다. 나 자신을 보는 내가 질린다.


나는 나 자신을 너무나도 싫어하고 미워한다. 그래서 타인에게 사랑을 구걸하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상당한 것 같다. 하지만 마음과 같이 머리가 함께 움직이지는 않는다. 마음으로는 무한한 사랑을 받고 싶다고 느끼고 있지만 머리로는 구걸한다는 행위가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이렇다 할 구걸도 하지 못한다. 아주 어린 남자아이가 좋아하는 여자 아이 앞에서 괜히 고무줄을 자르고 도망간다던가 놀린다거나 울린다거나 하는 행위와 굉장히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일부러 누군가를 울리거나 놀리지는 않는다. 나는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되었고 가치관이라는 것도 확립이 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다 다르겠지만, 모든 사람이 타고난 환경은 다르겠지만 나는 집도 있고 가족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내 것이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호적에서 내 이름을 지워달라고 하고 싶을 지경이다. 그 정도로 너무 싫다. 지옥 같은 삶이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집으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한다. 데이트를 하고 난 뒤 집 근처 카페에서 글을 쓰면서 쪽잠으로 때우거나 아니면 바깥 벤치에 앉아서 소주 두어 병과 음료수만 사두고 시간을 보낸다거나 하는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


왜 그러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가족이 싫은 이유는 아빠가 죽고 난 뒤부터 항상 내리막이었다. 남아있는 가족들은 그 과정들을 지켜보는 것에 지쳤고 친척들까지 우리를 무시하고 무너뜨렸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아무도 남은 것이 없다. 남은 것이라고는 방 두 개 있는 좁디좁은 아파트 한 채와 죽은 아빠를 제외한 세 가족이 전부이다. 당연하겠지만 남기고 간 유산도 없을뿐더러 집 한 채만 겨우 지켜냈다. 그 집도 냉정하게 말하자면 아빠가 평생 개처럼 일해서 모은 돈으로 엄마가 대신 물려받게 된 것뿐인데도 엄마는 그 집을 내 집이라고 지칭하며 유세를 떤다. 내 집에서 술 마시지 마라, 내 집에서 고장 내지 마라라는 말로 사람 가슴에 못을 박았다. 나에게는 평생 트라우마가 될지도 모르는 그 말을 본인이 일해서 마련한 집도 아니면서 그렇게 떵떵거린다. 나는 그래서 이 가족이 죽일 듯이 밉다. 그래도 평생 가정주부로 산 나의 엄마도 1년 전부터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서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오래된 아파트라 관리비도 많이 나오고 대출 이자까지 내고 나면 세 가족을 200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먹여 살릴 수 없었다.


그래서 나도 일을 해야만 했고 누나도 일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취업 시장이 좋지 않은 탓인지 아르바이트라도 지원을 해봤지만 연락이 오는 경우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은 모아둔 돈으로 어찌어찌 살아가고는 있지만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이렇게 거지꼴을 면치 못해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오래 살고 싶지 않았다. 거지꼴로 나이만 들어 살아가는 게 너무나도 괴롭고 고통스럽다고 생각을 했었다. 어려서부터 노숙자들을 많이 보고 자랐는데 나는 그들을 보며 '나도 저렇게 되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그렇게 살지 않으려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라고 먼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이렇게 될 줄 알았던 걸까.


나의 여자친구는 내가 힘들어하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 상황을 최대한 맞추어주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가끔 데이트를 하다가 집에 가는 차가 끊겼다거나 애매해지면 집으로 몰래 데려와서 방에서 날 재우곤 한다. 하지만 독립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같이 사는 가족 구성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데 그때마다 너무 미안하다. 내가 집이 없는 것도 아니고 가족이 없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내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여자친구는 나를 집에서 몰래 재워주면서도 다른 가족들과 대신 싸워주고 방패막이가 되어준다. 물론 허락 없이 내 집처럼 드나드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서든 나를 도우려고 한다.


자존심도 없이 거기서 왜 자냐?라는 말도 듣긴 했지만 당장 어느 쪽으로 몸을 향하던 난 온전히 자유롭거나 해방될 수 없는 것 같다. 이쪽 집에서도 저쪽 집에서도 항상 마음 한편은 떠돌이 혹은 부랑자가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아둔 돈으로 차라리 독립을 하는 게 나을까? 한 달에 5-60만 원씩 비싼 돈을 허공에 던져가면서까지 독립을 해야 하는 걸까?


지금 나에게는 어떠한 결정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어떡하면 좋을까. 여자친구 말고는 의지할 곳도, 마음을 둘 곳도 없다. 나에게 남아있는 것은 그것 하나뿐이다. 하지만 내 상황이 너무나도 지옥 같아서 잘해주고 싶은 마음보다는 불평, 불만, 짜증이 많아졌다. 여러 가지로 참 미안하고 죄스러운 존재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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