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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May 09. 2023

돈을 아낀다고 평생 남는 게 아니잖아요.

그동안 쥐꼬리만큼 모은 돈을 쓰지 않고 관상용으로 바라만 보고 확인만 하고 얼마 되지도 않는 돈을 스테이킹해서 이자를 조금씩 준다는 것을 한동안 바라보는 것도 참 당황스러운 일이다. 한 달에 몇 십만 원씩 주는 것도 아니고 몇 천 원 주는 게 전부인데 그것을 보고 있으면서 그래, 내가 이러려고 돈을 모은 거지!라고 말 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계속해서 어딘가에 돈을 쓰고자 한다. 나는 하루살이 인생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산 바다가 보이는 뷰를 돈을 써가면서 잠시 거주를 할지, 아니면 바다와 떨어진 곳으로 월세방을 얻어서 산책을 하며 그 즐거움을 그 해방감을 느낄 것이냐 고민하고 있다.


나는 더 이상 서울살이를 하지 못할 것 같다. 가족의 문제도 있고 내가 할 수 없는 직종들이, 경쟁이 너무나도 만연한 곳이 되어버렸다. 물론 부산에 내려간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적어도 아무도 아는 사람 없는 지방으로 내려간다면 카페 알바를 하더라도 떳떳하겠고 바텐더에서 일을 배우거나 횟집에서 일을 배우더라도 나는 그저 즐거울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내 성향은 부산 사람의 성격을 받아낼 사람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서울깍쟁이라 그런 사람들을 무서워하고 더 꺼리게 될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에게는 '바다'라는 것이 주는 해방감이 너무나도 크다. 이게 이렇게까지 크다면 나는 부산에 내려가서 살아보는 게 맞는 걸까 싶다. 사실 혼자 내려가서 경제활동을 하면서 살 엄두가 안 난다. 무섭다. 불안하다. 돈은 돈대로 나가고 실패한다면 꼼짝없이 모든 짐을 들고 심지어는 기차값이나 다른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나와야 하는 곳일 수도 있다.


이래서 도전이 무섭구나, 이래서 도전이 무섭구나. 용기가 없는 사람은 이래서 불안한 거구나 싶다. 혹시 모르지 나만 이럴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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