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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May 13. 2023

오랜만에 술을 마시지 않았다.

술을 얼마나 오래 마셨을까 기억이 나지도 않는다. 언제 마지막으로 마시지 않았는지 셀 수도 없다. 가족들은 나에게 그러다 알코올 중독에 걸린다고 아니 이미 걸린 게 아니냐며 혀를 끌끌 찰 때가 있었다. 그 말을 듣고 이미 나는 어떤 마음인지 알고 있었다. 나는 이미 중독이 되어버린 사람일지도 모른다.


심지어는 돌아가신 아빠가 간암으로 돌아가셔서 간을 신경 써서 살아가야 하는데 나는 이미 삶이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에 벌써 포기를 하고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다. 사실 앞으로의 날들을 계획하고 하루하루 살아가기 위한 계획들을 생각하기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그래서 나는 술을 쉽게 끊고 살지 못했었다.


오늘 술을 마시지 않은 이유는 사실 잘 모르겠다.


일을 하지 않는 주제에 매일 두세 병의 술을 사 먹는 것도 꽤나 부담스러워서 먹지 못했을 수도 있고 이제는 정말 황달이라는 것에 대한 심각성을 깨달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나는 여태껏 살아오면서 내 피부가 어렸을 때 바닷가에서 선크림을 바르지 않고 4-5시간을 쨍한 태양 아래서 놀았기 때문에 피부는 어쩔 수 없이 어두운 톤을 가지게 되었다고만 생각했었다. 오늘 이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더랬다.


하루는 이유 모를 두통으로 2-3일을 앓아누웠던 적이 있었다. 체온계는 40도 가까운 숫자가 계속해서 표시됐다. 너무 힘들어서 택시를 타고 병원에 어찌어찌 도착해서 검진을 받았는데 연세가 꽤나 들어 보이는 의사 선생님께서 앉자마자 내 상태를 묻고 얼굴과 눈동자를 보더니 술을 많이 마시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황달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아서 술을 좀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말을 했다. 


그제야 황달이라는 것이 내가 가진 병이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바보 같은 게 아빠가 응급실에서 마지막 임종 직전까지도 피부가 샛노래져서 임종을 맞이했는데 그걸 보고도 나는 아직까지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


사실 나에게는 술 말고는 이렇다 할 취미생활도,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도 모르는 사람이다. 여행도 있고 맛있는 음식, 디저트 등 세상엔 너무나도 다양한 해소방법이 존재하지만 나는 그것들이 아주 크게 관심이 없다. 굳이 선택한다면 살이 찌지 않는 날것들의 음식이랄까.


어떤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정말 조절하고 줄여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당장 내가 원하는 삶이 끝맺음을 하는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조금 줄여봐야겠다. 그리고 주말이 지나 평일에는 내과나 병원에 들러 피검사를 하고 간수치를 확인하고 간이 내 예상대로 많이 좋지 않다면 약이라도 처방받아서 먹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복용하는 간 영양제 정도의 약은 안 줬으면 좋겠다. 더 효과가 좋은 약을 처방받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지금 삶이 지옥 같지만 죽고 싶을 정도로 지옥 같진 않은가 보다. 삶을 연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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