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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May 07. 2023

나는 정말 무슨 일을 해야 할까?

미쳐버릴 것 같다 아니 미쳤으면 좋겠다 차라리

20대 때 방황을 아무리 했었어도 이렇게까지 답이 나오지 않았던 적은 처음인 것 같다. 무슨 일을 하려고 아르바이트 공고를 뒤지고 또 뒤져보고 끝이 나올 때까지 찾아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 같다. 무슨 일이라도 하려면 할 수는 있겠지만 괜한 시간낭비를 하고 싶지 않다. 돈도 벌어야 하고 이제는 지긋지긋한 주변 환경을 정리할 차례가 된 것 같다. 나에게 가장 가까운 가해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정리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나를 심드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 나에게 눈치를 주며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들, 일부러 그러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의도가 뻔히 보이는 그런 말과 행동들까지 하는 사람들과 환경을 정리해야만 내가 살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당장 지금은 아무런 내색 없이 참으면서 살고 있지만 이게 언제까지나 참아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돈은 돈대로 빠져나가고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아내고 있다. 물론 내가 가해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나에게 무슨 피해를 줬냐며 노발대발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입장이고 나는 내 입장을 말하는 것뿐이다.


내가 제일 괴로운 곳은 집이다.


집에서 아르바이트도 일도 글을 쓰는 행위도 자연스럽게 나왔으면 좋으련만 내 방이 없기 때문에 나는 자유롭게 생활할 수가 없다. 가족 중 한 사람은 나 때문에 방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철창에 갇힌 감옥생활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어이가 없었다. 그럴 거면 차라리 내가 방으로 들어가서 감옥살이를 하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내가 거실에서 내 방도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게 부러웠던 걸까? 아니면 정말 본인만의 방에서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정말 감옥살이처럼 보이고 느꼈기 때문일까?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난 밥을 잘 챙겨 먹지도 않고 나만의 독립적인 공간이 필요한 사람이니 차라리 바꿨으면 좋겠다. 이 말들도 모두 소용없는 일이 되겠지만 이런 사소한 일로도 문제가 생기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그것을 가해자들은 전혀 알 길이 없다. 되려 내가 무슨 일이라도 저질러놓으면 또 사고 쳤네-라고 손가락질하면서 너는 마이너스의 손이니까 내 집에 있는 것들 건드리지도 말고 고치려고 하지도 말아-라는 말을 들어야만 했을까.


지긋지긋한 집구석에서는 글도 써지지 않고 알바몬이나 사람인과 같은 구직활동을 전혀 할 마음이 생기질 않는다. 집에서는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겠다. 그것은 내가 나약해서, 내가 정말 의지가 없어서, 무기력해서, 우울증이 재발해서 등 모든 이유를 다 가져다 붙일 수 있겠지만 10대부터 방황을 해오고 나름 30살에 생을 마감하기로 한 사람 치고는 오래 살고 있고 열심히 살고 있다. 그런데 지금 몇 년을 먹고 놀고 지내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눈치를 보면서 남보다도 못한 관계로 좁아터진 집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걸까.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떳떳하려고 의미 부여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근데 정말 나는 이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정말 미칠 정도로 모르겠다. 차라리 미쳐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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