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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May 05. 2023

요즘 술만 마시면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렇지만 술이 너무 좋은걸요?

내 생활패턴은 늘 비슷하다. 술이 빠지지 않는 하루들로 가득하다. 비가 오는 날은 비가 와서 빗소리가 좋아서, 비 냄새를 오랜만에 만나서 기분이 좋아서. 온갖 이유로 술 마실 이유를 만들어대곤 한다.


술을 마시는 것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지금 내 생활패턴에 들어와 있는 술은 너무나도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이 가장 끊고 싶은 것이 술이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지는 않는다. 워낙 스트레스를 잘 받고 사소한 일에도 스트레스를 받고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조절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술을 굳이 사러 가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지만 결국 나는 항상 술을 사 오곤 한다.


술을 사는 것도 생각보다 지출이 크다. 나는 지금 다른 일을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지만 취업이 너무나도 어렵다. 심지어 아르바이트도 지원을 하고 있지만 연락 오는 곳이 없다. 그리고 GPT의 등장으로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찰이 생각보다 깊어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한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나중에 로봇으로 대체될 거라고. 그리고 힘들거나 단순한 서비스업들도 많이 사라질 거라고 한다. 그 말이 100%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나름 일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쿠팡에서는 이미 물류창고에서 로봇을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로봇이 대체할 수 있는 직업들이 사라질 것 같다. 그래서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찰이 더욱더 깊어진다.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이런 일이라도 해서 당장 목구녕에 풀칠이라도 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로봇이 대체할 수 없는 일을 끝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찾아봐야 하는 건지 정말 고민이 많다.


나는 그동안 서비스업을 주로 해왔다. 사람을 응대하고 마주하고 안내를 하는 그런 일을 했다. 그리고 청소 업체에서 매니징도 해봤고 다양한 일을 해봤음에도 결국 그것들이 모두 로봇으로 대체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더욱더 신중해지는 것 같다. 무슨 일이라도 당장 한다면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과연 옳은 정답일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고민이 더욱더 많아져서 술을 더 찾게 된다. 천천히 취하면서 오래 마시지 않고 싶어서 도수가 더 높은 술을 찾아봤지만 내가 사는 동네에서는 내가 원하는 술을 팔지 않았다. 걸어서 30분이나 되는 곳이나 가야 파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멀리 가고 싶지는 않다. 마침 비까지 내린다.


내가 지금 사는 집이 나 혼자였다면 재즈음악을 틀어두고 노트북으로 글을 쓰며 어디든 다녀온 여행을 기록으로 남겨둔다거나 길을 걸으며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면서 글이라도 쓰고 있었겠지. 옆 사이드 테이블엔 위스키나 소주와 함께 즐길 간단한 안주를 준비해 놓거나 했을 테지만 이 집은 나 혼자 사는 집이 아니기 때문에 눈치를 봐야만 한다. 물론 이 좁아터진 먼지 가득한 집에서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도 욕구도 생기지는 않는다. 그저 신림동에서 혼자 살던 시절이 좋았던 것 같다. 월세와 기타 공과금을 모두 합하면 거진 60만 원이라는 돈을 한 달에 펑펑 쓰면서 살았지만 심적인 여유는 그때가 더 좋았던 것 같다.


물론 내가 다시 나가서 살지 못하는 이유는 지금 당장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이고 방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점점 내가 들고 있는 돈은 줄어들고 있지만 내 스트레스를 그나마 완화시켜 줄 수 있는 것은 술이다. 예전에는 술을 마시고 출근을 해야 할 때 감기약을 항상 먹었다. 무슨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마시면 아침에 숙취도 덜하고 머리 아픈 것도 덜했다. 하지만 그 행위가 간에 매우 치명적이라고 했지만 그렇게 10년 가까이 생활을 하다 최근에 들어서야 약을 안 먹고 있다. 약을 사는 돈도 아깝다고 생각이 든 건지 그게 아니라면 그냥 술만 마셔도 이미 충분히 힘들기 때문에 먹지 않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약을 같이 먹지 않기 때문에 술이 해독이 잘 안 된다. 그래서 요즘 내 생활패턴은 새벽시간에 두어 번 깨고 오전에 두어 번, 점심 지나고 일어난다. 이 패턴이 가장 괴롭다. 좁은 집에서 나 혼자 느지막이 일어나서 눈치를 보며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게 참 고통스럽다.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그동안 모은 돈으로 지방으로 내려가야겠다. 이들은 이미 내 가족이 아니다. 서로에게 짐이 될 뿐, 도움을 바라지도 바랄 일도 없다. 마음 편히 기대어 쉬고 싶은 곳도 아니다. 이미 내가 생활하고 바라보고 듣는 모든 것들이 지옥이다. 내가 하는 모든 행위들을 끊임없이 지적하고 의심한다. 나는 나의 가족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싫다. 너무 싫다. 지옥이다. 이렇게 힘든 삶을 유지하는 것이 맞는 걸까? 이게 맞을까? 서로에게 짐만 주고 살아가는 이 온전치 못한 삶이, 생활이 과연 올바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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