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전 직장에서 친해진 직장동료에게 쓰지 않는다는 맥북을 선물 받았다. 포장도 없고 그저 그냥 집구석에서 돌아다니는 사용하지 않는 노트북이었지만 나에게는 맥북의 안 좋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그저 연식이 오래되지 않은 노트북을 무료로 준다는 것에 참 고마웠다. 다시 달라고 하면 어쩌지?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상태가 괜찮았고 썩 나쁘지도 않았다. 연식도 2018년으로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니었다.
작년 8월 즈음에 선물을 받고 지금까지 잘 쓰고 잘 살고 있다.
하지만 나의 잉여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해결해주고 있는 당근마켓에서 연식은 이 노트북보다 2년이 더 된 2016년 사양이 좋은 노트북을 생각보다 싸게 판매를 하고 있었다. 내 생각으로는 지금 사용하는 노트북을 40만 원 언저리에서 팔고 새로운 노트북으로 갈아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지만 인생이 그렇듯 쉽게 풀리는 일은 없었다.
일단 노트북을 판다는 판매자가 2-3일 후에 노트북 초기화를 하고 다시 거래 일정을 잡겠다고 이야기를 해둔 상황이다. 그 기한이 수요일이라고 말을 해주었고 예약까지 걸어두었지만 막상 내 노트북은 2일 동안 아무런 연락이 없는 상태이다. 내 노트북이 기적적으로 팔리고 새로운 노트북을 입양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딱 좋겠지만 인생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노트북이 팔리지 않으면 결국 내 돈으로 미리 구매를 하고 나중에 노트북을 팔아야 하는데 그렇게 된다면 내 생활비가 당장 줄어들게 되어 지금 큰 고민을 하고 있다.
그 노트북으로 업그레이드를 하면 한동안 어떠한 작업을 하더라도 큰 불편함은 없을 거다. 내가 정상적으로 일을 하고 경제활동으로 돈을 벌고 있다면 큰 고민을 하지 않겠지만 지금 없는 상황에 최소한의 돈으로 생활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고민이 많다. 물론 이렇게 계속 돈을 벌지 않고 손가락 빨고 살지는 않겠지만 이 좋은 선택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 빚을 내서 사는 것도 아니고 하려면 할 수는 있지만 이렇게 해도 내 인생이 망하지는 않을까? 내 선택은 항상 잘못되었기 때문에 이번 선택도 잘못되어 후회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근심걱정이 많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요즘 하고 싶은 것은 없고 자꾸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자꾸만 많아진다. 인생이 무언가 꽃필 것 같으면서도 애매하게 자꾸만 꼬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요즘엔 참을성도 사라지고 있는 것 같고 불만이 많아진 것 같다. 나 자신이 생각할 때는 합리적인 스트레스와 불만이라고 생각하지만 내 주변을 감싸고 있는 모든 것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내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지 못하고 있다. 내가 번 돈, 내가 그동안 받았던 상처들 등만 생각해 보면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고작 노트북 하나 사고 여행 한번 다녀오고 타지로 이사를 가려는 이 모든 고민과 걱정 그리고 해야만 하는 결정들이 나를 너무 힘들게 한다. 아무것도 아닌 일일수도 있는데 내가 너무 돌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