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사람이 아닌 존재

by empty

나의 여자 친구는 우여곡절 끝에 강아지를 키우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사람이 키우지 못하겠다고 해서 버림받은 아이를 데려왔다. 처음에는 그런 아이인 줄 몰랐으나 살다 보니 본성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나는 강아지를 15년 가까이 키운 사람으로서 그 생명의 끝에 다다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다시는 어떠한 작은 생명, 생물이라도 키우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는 엄마의 말에 극히 공감을 했다. 키웠던 강아지는 시츄였고 어렸을 때 참 이쁘고 순하게 생겼던 아이 었다. 이 아이를 데려오게 된 계기는 나의 집중력 결핍으로 인해 아빠가 애견샵에서 데려온 아이였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호기롭게 데려온 아이와 태어나서 생명을 한 번도 키워보지 못했던 가족이 만났다. 그 아이의 생각은 들을 수 없지만 나는 우리 가족이 참 못난 가족이었다고 생각한다.


무지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한 생명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강아지에게 주어선 안될 음식들을 시간이 지나면서 주게 되었고 낑낑거리는 모습이, 밥을 먹을 때마다 바닥에서 고개가 빠지도록 기다리며 우는 아이에게 안쓰러운 것을 보기 힘들다고 사람이 먹던 것을 주기 시작했다. 그게 원흉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게 아니라면 그 아이의 생명선이 끝난 이유일지도 모르겠지만 후자라고 생각하기엔 우리가 너무 무지했다.


그 아이의 마지막을 함께 하지는 못했다. 그때 마침 출근을 하고 있었던 터라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것은 아빠가 아는 수의사가 있는 병원으로 운전을 했고 엄마는 무슨 박스에 그 아이를 넣어서 데려갔다고 했다. 가장 슬펐던 것은 그 아이가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였던 건지 한 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울지도, 짖지도 않았다고 했다. 사실 그 아이를 보내고 싶지는 않았지만 백내장에 암까지 온몸으로 퍼져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힘든 아이 었다. 나를 닮은 건지 엄마를 닮은 건지 예민한 탓에 나와 같이 잠을 잘 때만 되더라도 나는 뒤척임이 심한 편인데 그 뒤척임에 항상 잠을 못 잤던 걸로 기억한다. 자면서도 아프니까 울고 낑낑거리기를 수도 없이 반복했었고 심지어는 백내장이 점점 심해져 눈앞이 보이지 않아 이리저리 부딪히면서 살아갔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게다가 그 모습을 항상 지켜봐야만 하는 우리 가족들도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었다. 그래서 긴 이야기 끝에 이제는 더 고통받지 않게 보내주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그런 트라우마와 상처가 있는 나였지만 여자 친구의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발언에 그 누구보다 앞장서서 말렸던 것은 다름 아닌 나였다. 한 생명을 키운다는 것은 엄청나게 노력을 해야 하고 사랑을 쏟아야 하고 귀찮다고 하지 않으면 키울 자격조차 없다고 강경하게 이야기를 했고 잔소리가 점점 심해져 싸움도 몇 번 있었을 정도로 진지하고도 굉장히 무겁게 이야기를 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내 생각보다 책임감과 이해심, 그리고 냉철함이 있는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나는 우리가 키웠던 그 아이에게 못해준 것이 너무나도 많아서 한 생명과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미안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생각을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주입시키려고 했었던 내 모습이 조금은 마음에 찔렸다. 그런데 여자 친구가 데려온 그 아이는 생각보다 너무 성격이 안 좋아서 동물병원에서도 처음엔 "이 아이는 교육이 필요합니다!"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했지만 중성화부터 건강검진까지 한다고 서너 번 방문을 했고 마지막 방문했을 때 의사 선생님이 "얘는 모든 문제를 입질(무는 행위)로 해결했던 것 같아요. 강압적으로라도 교육을 시키셔야 합니다!"라고 이야기를 했다. 목 뒷덜미를 잡아서 굴복시키는 연습을 하라는데 그렇게 해도 사람을 계속해서 문다. 아기를 키웠으면 키웠지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어떤 말이 하고 싶은지 알 수 없는 강아지를 키우려니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내 새끼라며 너무 못났지만 그래도 어쩌겠냐며 키워야 한다고 강경하게 나가는 여자 친구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면서도 기특하다.


근데, 나는 어떠한 이유로 또 물렸다. 이번에는 손가락 뼈 마디를 물린 것 같다. 통증이 굉장하다! 근데 난 아픈 것을 그 순간 잘 느끼지 못하는 편이라 뒤늦게 아파한다. 강아지가 내 손가락을 앙! 하고 물었을 때는 아무 반응도 안 하고 읭? 이게 모지? 하면서 멍 때리다가 피가 철철 나고 흐르는 걸 보고 난 뒤 깨닫는다.


아, 무지하게 아프구나-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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