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꽉 들어찬 출근하는 버스 맨 마지막 자리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창 밖을 바라보며 넋을 놓고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을 바라보면서 한 가지의 생각이 들었다. '내가 죽으면 사람들이 슬퍼할까?' 하는 쓸모없는 생각을 했다. 어떤 이유에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왜 그런 생각이 불현듯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생각이 너무 많아지면 한 번씩 번 아웃이 오곤 한다. 아빠 생각이 난다거나, 몇 해전 무지개다리를 건넌 초롱이가 생각나기도 한다.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한다. 그리고 늙어가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다.
죽는 것과 늙는 것은 한 끗 차이인데 그 과정이 참 순탄지 않은 것만 같다. 나도 어느새 서른한 살이 되었고 나이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들 것인데 길거리를 걷다 보면 늙은 혹은 늙어가는 어르신들이 많이 목격된다. 특히 종로구나 동대문구가 노인 인구는 가장 많은 것 같다. 확실하진 않지만 종로는 포장마차를, 동대문구는 동묘로 옷을 사러 많이 가다 보니 자연스레 정보가 쌓인 것 같다. 늙어가는 어르신들을 보면 나도 언젠간 저렇게 될 수밖에 없을 텐데 저런 모습을 나 자신이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을 정말 많이 한다.
엄마와 나는 오래 사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엄마에게 가장 거대한 저주는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아라"라는 말이라고 한다. 그 말에 나도 공감한다. 10대나 20대는 꾸미지 않아도 이쁘고 빛이 날 정도로 소중하고 고귀하지만 내 기준에서 30대부터는 볼품 없어지는 것 같다. 물론 30대 이후의 삶도 빛이 날 수 있고 귀할 수 있지만 나는 그렇게 크게 와닿지가 않는다. 아니 완전히 와닿지가 않는 것 같다.
노원 변두리에서 태어나고 엄마 뱃속에서부터 기간을 따지자면 거진 27년~28년을 촌동네에서 살아서 그런지 30대 이상의 삶은 정말 변변치 않겠구나라고 느낀 적이 정말 많다. 그래도 최근의 노원은 재개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옛 모습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많이 한다. 예를 들면 연탄 빌라 단지가 있었던 허름하기 짝이 없었던 곳을 재개발해 15억 이상 가는 아파트 단지로 만들었을 때는 정말 신기했다. 나의 기준이지만 보잘것없어 보이는 동네를 재개발해서 이렇게나 키워놓는다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어려서부터 봐왔던 것이 사립학교의 경쟁, 부유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치맛바람 등 지극히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일들만 느끼고 폐지 줍는 할머니 할아버지, 지하철 입구에서 돈을 구걸하는 사람, 바닥을 기어 다니며 구걸하는 사람까지. 글을 쓰면서 느끼는 거지만 어렸을 때의 주변 환경이 한 사람의 정체성 혹은 가치관을 결정하게 되는 가장 큰 요소인 것 같다. 단적인 예로 나 자신의 환경을 늘어놓았지만 결국 환경 탓을 하고 있는 무지한 어른이 되어 버린 걸 지도 모른다. 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본인의 신념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을 거고 그런 것을 보면서 '세상을 바꿔야겠다'라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사람도 없진 않을 테니.
요즘은 글을 쓰는 것이 재미없어졌다. 그런데 그 재미없는 것이 나름 또 재밌다.
항상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글을 쓰지 않으면 괜히 생기는 강박이 나를 옥죄기도 했고 무너뜨리기도 했다.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돼! 하는 공포감과 두려움도 있었고 글을 하루 쓰지 않으면 그 하루들이 모여 일주일, 한 달이 되어가는 것을 너무나도 많이 지켜봐 왔다. 생각이 나면 글을 쓰고 생각이 나지 않으면 글을 쓰지 않는다는 반복이 어느샌가 나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놔주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런 마음가짐에서 해방이 된 기분이다. 간간히 느끼는 압박과 강박이 있지만 횟수나 무게가 무겁지만은 않다. 절제된 통제 속의 자유라고 해야 할까.
확실한 것은 모르겠다. 글을 쓰는 것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행위이고 글을 쓰면서 떠오르는 그때의 감정, 느낌, 하늘색, 마주친 사람들의 옷차림, 노숙자가 항상 허름한 차림을 하고 앉아있었던 골목 어귀, 지나가는 커플의 알콩달콩한 모습, 오락실에서 시끌벅적하게 노는 학생들, 이사 오기 전 살았던 집 앞의 문구점 사장님의 친절한 말투까지 생생히 기억난다. 사실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이런 기억들이 남아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 강남역 지하상가의 이쁜 옷가게, 지하상가에 있는 꽃집 등 무수한 기억들과 경험들이 나의 몸 구석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글을 쓰는 행위를 멈출 수가 없다. 아니 멈추어지지 않는다.
누군가 말했다. 쓰레기 같은 글이라도 쓰면 실력이 늘게 되어있다고. 나는 나의 글을 쓰레기라고 생각한다. 정리되지 않은 보석이라고 말을 하고 싶지만 보석은커녕 싸구려 보석을 흉내 내는 가짜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글을 쓰는 이유는 나도 모르겠다. 작가가 되고 싶은 건지, 글을 써서 누군가에게 위로를 해주고 싶은 건지, 글을 쓰고 기록하는 행위로 돈을 벌면서 살고 싶은 건지. 정확하진 않지만 그냥, 그냥 글이 좋다. 읽는 것은 좋아하지 않지만 쓰는 것을 좋아한다. 학교를 다닐 때도 늘 내가 가지고 있던 책은 더러웠다. 가장자리에 노트를 빼곡히 적어두고 다시 펼쳐보거나 읽진 않는다. 참 특이한 놈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