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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May 27. 2023

속상한 마음에 자꾸만 나는 짜증

짜증이 많아졌다. 내가 늙어가는 것이 무섭다고 느낄 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늙어가고 있는데 나보다 조금이라도 오래 산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무섭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인간이 늙어가면서 생기는 아픔들이나 질병들을 마주한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게 왜 이리 어려울까.


나는 요즘 잠자리가 불편해서 그런지, 아니면 자면서 이리저리 뒤척이느라 잠을 못 자는 건지 모르겠지만 자고 일어났을 때 허리가 많이 아프다. 디스크가 있는 것도 아니고 허리를 무리해서 사용한 적도 없다. 허리는 알게 모르게 아프지 않았으니 이렇게까지 매일 통증이 오는 것에 대해 무지했다. 그런데 하루하루 삶을 살아가니 몸이 삐걱거리는 것을 느끼게 됐고 나도 이제는 조금씩 몸이 가라앉는구나라는 걸 느꼈다.


서른두 살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이 들 정도면 40대, 50대 혹은 그보다 오래 산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 걸까. 가장 가까운 사람 중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사람은 엄마이다. 엄마는 지병을 앓고 있지만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영향을 줄 정도로 아픈 경우는 없었다. 대체로 약을 잘 먹고 술과 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름 건강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며칠 전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내가 집에 들어오지 않은 그날, 엄마는 어쩌다 보니 침대에서 떨어져서 휘청거리다가 컴퓨터 프린터기에 엉덩이를 세게 부딪혔다고 했다. 그리고선 내가 없어서 바닥에서 침대까지 올라가는데 15분 이상 걸렸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굉장히 아팠다. 내가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것과 엄마 혼자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하는 생각도 들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눈을 뜨자마자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는데 꼬리뼈에 금이 가서 골절이 됐다고 했다. 60세가 된 엄마의 꼬리뼈 골절이라니 정말 믿고 싶지 않았다. 당장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엄마가 나이도 있는데도 꼬리뼈 골절이 되어 일을 나가는 것이 힘들어졌는데도 불구하고 하루 이틀은 출근을 했다. 더 이상 안 됐겠는지 회사에 이야기를 했더니 일주일 정도 스케줄 조정이 가능하다고 집에서 쉬고 있다.


사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뼈가 더 잘 안 붙는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더 마음이 아파오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알게 모르게 엄마한테 짜증 아닌 짜증을 부려댔고 왜 나에게만 힘들고 수고스러운 일을 시키냐고 울컥하면서 화를 낼 때도 있었다. 좁디좁은 집에서 세 가족이 이렇게도 뜻이 맞지 않게 사는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고통스럽다. 물론 엄마는 그 모습을 보고 살아가는 게 더 힘들었겠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혹 만약 아프게 되더라도 차라리 고통스럽지 않게 죽음을 맞이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죽음을 장려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통스럽게 수십 년을 살 바에야 짧고 굵게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마음 편한 일이 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나도 오래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 건강 관리를 전혀 하지 않고 있었지만 이제는 슬슬 관리를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깨달은 것이 많다. 죽음도 무섭고 고통도 무섭지만 현실을 살아가며 늙는다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힘든 시기가 되어버렸다.


이제는 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성공하고 실패하고 돈을 많이 벌고 못 벌고의 기준은 중요하지 않아 졌다. 그저 남은 인생 사람답게 사람구실 하면서 살아가는 게 최선이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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