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empty May 30. 2023

더이상 서비스직이 싫어요.

서비스직이 싫다고 했는데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서비스 직군밖에 없다는 게 참 싫었다. 그래서 여러 회사를 알아보고 서류지원을 하고 결국 이런저런 회사에서 연락이 오긴 왔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업무의 양보다 훨씬 웃돌았다. 역시 이래서 스타트업은 가는 게 아니라고 했었나. 나처럼 워라밸이 중요하고 업무 시간 외에 업무적인 것은 꼴도 보기 싫은 나로서는 스타트업이 너무 힘들고 지친다.


마치 열정의 그릇이 다르다라고나 할까. 그렇게 여차저차 스타트업을 입사하기로 하고 날짜가 다가왔다. 이렇다 할 다른 스타트업들도 그러겠지만 여유가 있고 천천히 무언가를 해나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심지어 한 사람이 해내야 하는 몫이 더욱더 커지기만 한다.


그 사실을 간과하고 스타트업에 지원한 것이 불찰이었다.


정말 미친 듯이 사람들이 일에 심취해 있고 인생의 목표가 누구보다도 확고한 사람들만 모여있는 집단이었다. 회사 직원이 대표를 포함해 5명밖에 없는 회사였다. 그래서 입사를 한 후 부담감이 정말 극에 달했는데 계약서를 쓰면서도 불안해서 쓰지를 못했다. 이게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인가?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고 싶은 것은 아니었는데 나는 왜 이런 스타트업에 지원을 해서 면접을 본 걸까?


그래서 출근을 하고 업무를 배웠는데 그 양이 어마어마해서 머릿속에 다 들어오지도 않는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처음이라 들은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해도 이해한다고 했던 그 직원도 아마 처음은 이렇게 힘들었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는 그만큼의 열정이 있을 뿐이고 나에게는 그런 열정이 아마 사라졌거나 태어났을 때 열정이란 것을 가지지 않고 태어난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 이 마음으로는 3일도 버티지 못할 것 같다.


점점 나이가 들어서 싫어하는 것은 더 싫어지고 나의 현실적인 목표가 또렷해질수록 회사생활과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내가 하려는 일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은 경쟁자가 많아도 너무 많은 시대에 살고 있고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유명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굳이 나에게 콩고물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정말 몇 번은 얻어걸릴 수 있겠지만 얻어걸리는 것이 당연해지고 결국 그 행운이 사라지면 나도 끝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나의 가장 큰 단점은 긴장을 극심히 한다는 거다.


누군가를 처음 만나거나 업무를 처음 맡을 때 긴장을 아주 심하게 해서 등에서는 식은땀이 나고 손발이 저릿저릿하고 가슴이 미어진다. 그런 성격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무언가 하려고 하면 무조건 기억을 하지 못한다거나 힘들어한다. 이 나이가 되어서야 나는 서비스직을 하기 싫다는 확신을 하고 있지만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서비스직밖에 없다. 나는 이 세상에서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정말 죽지 못해 산다. 마음이 무너지고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무섭고 불안하다. 지금도, 내일도, 앞으로도 항상 그러겠지 난

작가의 이전글 속상한 마음에 자꾸만 나는 짜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