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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n 07. 2023

오늘은 비가 오려나보다.

잠도 안 오고 술이 취하지도 않아서 편의점에 다녀왔다. 늘 가는 시간대는 아니지만 갈 때마다 반겨주었던 직원은 어디 가고 무덤덤하고 꽉 막힌 남자 직원만 있을 뿐이었다. 아주 작은 동그란 안경을 쓴 그 직원은 손님이 들어와도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뭐 사실 야간에 일을 한다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피곤한 일이니까.


누군가를 판단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직원이 있을 때마다 술을 사면 항상 내 얼굴을 스캔하는 버릇이 있다. 직원으로서 판매를 하기 위해 스캔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필요 이상으로 기분 나쁘게 쳐다보는 경향이 있다. 수염을 자르지 않고 씻지 않은 더벅머리를 보면 최소 성인이라고는 생각할 수 있을 법 하지만 이 사람은 항상 나를 스캔하며 기분 나쁜 눈빛으로 쳐다본다.


물론 면접이 있거나 데이트가 있거나 하면 수염도 밀고 머리도 차분히 정리를 하고 옷도 깔끔하게 입고 가니 그런 상황에서는 민증 보여달라는 요청이 그럴 수 있지라고 받아들일 수 있지만 누가 봐도 최소 20대 후반처럼 보이는 사람을 스캔하고 기분 나쁘게 쳐다보는 건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물론 누구라도 일을 하고 싶지 않겠지만 그럴 거면 서비스직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


그 직원은 내가 술을 살 때마다 항상 민증을 보여달라고 한다. 꾸민 것도 아니고 집에서 하루종일 있다가 편의점에 가서 술을 사서 내려놓으면 위아래로 쳐다보고 민증을 보여달라고 한다. 그 경우를 몇 번이나 겪다 보니 이제는 짜증이 날 정도다. 그래서 그 직원이 있을 때는 가지 않으려고 하지만 가장 가까운 편의점이다 보니 다른 곳을 가려면 조금 더 가야 하는 불편함도 있기 때문에 그냥 가지만 여러모로 불편하긴 하다.


이전에 있던 직원은 매번 비슷한 새벽시간에 술을 사니 이제 퇴근하시냐-하며 말도 걸어주고 친분이 나름 쌓여서 나도 간식 선물을 한 두 번 한 적이 있지만 이럴 때마다 인류애가 사라지는 기분이다.


새벽의 하늘을 보니 주황빛이 도는 것이 구름이 아주 많이 끼어있다. 오늘은 날이 아주 많이 흐릴 것 같다. 요즘의 내 매일을 공감해 주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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