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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n 09. 2023

매 순간이 극도로 감정적인 사람

어려서부터 문제였다. 누구보다도 민감하고 예민하고 날카로웠다. 감정에 휩쓸리기 딱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나의 꿈은 무던한 사람, 덤덤한 사람이었다. 예민하지 않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이란 노력은 다 해본 것 같다. 무슨 일이 생기면 꼭 나 자신을 탓하고 그 화살은 항상 나 자신을 향했다.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내가 이러니까 이런 일이 나한테만 생기지'라는 식이었다. 모든 문제를 내가 만들어낸 것은 아니지만 어느샌가 나 자신을 학대하고 있었다. 정서적으로 나 자신을 알게 모르게 학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방법이 아니고서는 어떤 방법이라도 존재하지 않았다. 분명, 나 자신이 나 자신을 학대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렇게라도 답을 내리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무 상관없는 남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계속해서 일을 알아보고 있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아직 파악하지 못했고 결단을 내리지도 못했다. 그래서 더 예민할 수도 있다. 요즘은 모든 것이 정말 예민하고 민감하다. 지나가는 한마디의 말이나 단어들로도 충분히 내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할 정도로 예민하고 날카로워져 있다.


이유는 모르겠다.


원래 이런 사람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유독 지금 방황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더 날카로워지고 더 민감해지고 더 예민해진 것 같기도 하지만 나의 이런 성격은 본래 가진 기질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더 극대화될 수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내가 이렇게 성격이 뾰족하고 날카로운 사람이지만 그것을 받아줄 사람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말이 하고 싶다. 비유를 하자면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살아가는 것과 비슷할지 모르겠다. 남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이런 예민한 성격을 한순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남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살 것이라면 차라리 아무도 만나지 않고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만들어서 하는 게 낫겠다 싶다.


근데 그게 가장 어렵지. 집에서 혼자 크고 작은 돈을 벌면서 일을 한다는 것. 그게 가장 큰 어려움이겠지. 지금 나에게 놓인 상황은 마냥 좋지만은 않다. 건강도 하나 둘 삐걱거리기 시작하고 있고 모아둔 돈은 돈대로 마이너스가 되어가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대출이 없다는 것. 그것 딱 하나뿐이다.


방황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람은 더 피폐해지고 고장 나고 세상과 격리되어 살아가는 것만 같다. 짧은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라도 하면서 나 자신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이유를 증명하고 싶다. 나 자신에게 그리고 나를 떨떠름하게 여기는 모든 존재들에게 떳떳하게 살고 싶다.


그게 언제인지도 그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지금으로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무기력하기도 하고 의욕도 없다. 뉴스에서는 사망을 포함한 사고들이 많이 보도된다. 그리고 2-30대들은 일을 안 하고 퇴사를 하고 일을 안 한다고 한다. 그런 뉴스를 볼 때마다 나도 그 애매한 나이에 걸린 사람으로서 이렇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남들도 퇴사하고 공기업도 줄퇴사를 하는 마당에 이렇게 산다고 누가 손가락질하는 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도 한다. 물론 다 부질없는 행동과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이 생각을 바로잡아 열심히 돈을 벌려는 사람들만 생기겠지. 그리고 성공은 그런 사람들이 가져가야 맞는 거지.


모르겠다. 이렇게 사는 게 정답인지 오답인지. 남들도 이렇게 산다고 자기 위로를 해야 하는지조차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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