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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n 12. 2023

점점 길어지고 있는 30대의 방황

길어지고 있다. 모든 것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기분이다. 물론 이 중요한 과정에서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술을 너무 많이 마신다는 원인도 있으리라. 하지만 이 상황을 탈출할 수 없고 나 자신을 위로하는 것은 이만한 것이 없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친구는 여자와 클럽에 미쳐있고 카드값으로 4-500만 원씩 쓰는 아이다. 그 친구를 유일하게 나의 인연이라고 남겨둔 이유는 최소한의 선과 상대방에게 지킬 수 있는 선을 명확히 구분한다는 것이었다. 둘 다 나이가 같은지라 서로가 서로에게 피해를 주거나 상처 주는 말이나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당연해졌다. 싫어하면 하지 않는 것, 좋아하면 함께 하는 것. 그뿐이었다. 나이도 어느 정도 들어찼기 때문에.


하지만 그 친구를 손절하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유일하게 좋아하는 것인 여자와 클럽, 허세가 가득한 일상들이었다. 생각해 보면 벌이보다 지출이 더 컸고 그것에 대한 경각심이 없었다. 내 돈도 아니고 그 친구의 상황이기 때문에 존중했지만 어느샌가 나를 데리고 클럽을 가려는 행동을 자꾸만 했고 본인이 원할 때마다 연락을 해오는 것도 점점 한계에 부딪혔다. 그리고 오늘 연락이 또 왔다. 내일 출근하기 전에 집에 있기 뭐해서 형 차 빌려서 한강으로 드라이브를 가자고.


그 친구 때문에 좋은 기억도 분명 있지만 내가 상처받은 일이 더 많았다. 그래서 오늘은 그럴 기분이 아니라고 했더니 그 친구도 무언가 눈치를 챘는지 본인도 집에 있겠다며 연락을 마쳤다. 나는 원래 거절을 잘 못하는 편이고 드라이브를 참 좋아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렇게 상처를 한두 번 받고 친구라는 놈이 정신을 못 차리는 걸 보면, 사과가 먼저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당연하게 불러내는 행동과 말이 화가 났다.


요즘 나는 한마디도 그냥 넘길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악마가 되어가는 기분이었다.


단순히 술을 마셔서 기분이 좋고 텐션이 좋아져서 막말을 하거나 상처를 주지는 않는다. 나의 가장 가까운 가족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말을 일삼았고 단순히 부모와 자식의 관계로서 자식은 네네라고 순종해야만 한다는 그 역겨운 발상과 생각이 나를 폭발하게 만들었다. 조선시대보다 더 뒤처진 시대도 아닌데도 왜 아직까지 그런 쓸데없는 마인드를 탑재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썩어빠진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나의 부모라는 게 정말 역겨웠다.


그래서 며칠 전에는 모든 짐을 싸가지고 가출이란 것을 했다. 물론 갈 곳도 없었고 나가서 부랴부랴 월세방을 구해서 살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내가 알아본 곳은 월세가 6-70은 기본이었지만 서울보다 방이 넓은 부산의 오피스텔들이었지만 그 방들을 내놓은 사람들도 다른 방과 이사 날짜를 잡아야 한다기에 당장 내려가서 내가 살 수 있는 곳은 없었다.


모아둔 돈으로 에어비앤비에서 한 달 살기를 사는 것도 고려해 봤지만 결국 그렇게 되지 못했다. 나는 6월 중으로 집을 나오겠다고 이야기를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도 반기는 이 없었고 걱정하는 이 하나 없었다. 나는 이 집에서 내 방도 없는 상태로 6월까지 살아야 한다. 지옥 같은 삶이다. 나의 공간, 나의 방이라도 있었으면 숨어서라도 지냈을 텐데 그것도 안 되는 상황에서 모든 것을 오픈한 상태로 살아가야만 한다. 짜증과 불만, 스트레스를 주는 모든 것들에 직면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아직까지도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아르바이트라도 지원하지만 돌아오는 연락은 하나도 없다.


마지막으로 본 면접에서는 관련 경력이 없는데 왜 지원을 했는지부터 물어보는 누가 봐도 꼰대집단의 회사에서 경험하고 싶지도 않은 본인 회사의 상승세와 성공 이야기들을 듣고 싶지 않았다. 최소한 몇 시간 전이라도 이력서를 검토해야 하는 게 맞는 게 아닐까 했지만 그 회사는 5-60대의 인원들로 구성되어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았다면 나는 지원을 하지 않았을 터. 심지어 당일 30분 면접 시간을 미루지를 않나 미룬 시간에 맞추어 도착해서 전화도 문자도 받지 않는 회사의 면접은 1시 45분이 넘어서야 시작했다.


29살 때 경험하지 못한 아홉수가 이제 왔나 보다. 남은 돈을 다 털어서라도 살아남아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진 삶이었다고 하고 방탕하게 살다 처절하게 죽어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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