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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n 14. 2023

가족을 잃고 가족에게 버림받다.

고아가 되어버렸다. 가족에 의해.

 자랑은 아니지만 고아가 됐다. 이제는 아무도 내 옆에 없고 가장 가까운 가족도 정리를 해야 한다. 더 이상 한 집에서 같이 살다가는 정말 9층 베란다에서 콱 뛰어내려 버릴 것 같다.


뭐가 그렇게 불만이 많은지, 뭐가 그렇게 기분이 나쁘고 자존심이 상하고 피해의식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나에게 아무도 남아있는 사람이 없다.


 6월 중으로 이사 날짜를 잡고 서울을 벗어날 참이다. 마음 같아서는 양양이나 이런 쪽으로 넘어가고 싶지만 그쪽은 일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나에게는 전혀 없기 때문에 고민도 많다. 어쩌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가족까지 이 지경이 되었는지. 가족에게 버림받는다는 느낌이 이런 느낌인지 이제야 알았다. 너무나도 고통스럽고 누군가가 했던 말처럼 가장 가까운 가해자는 가족이라는 말이 정말 나에게 잘 들어맞는 말이었다는 게 소름 끼친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본인과 생각이 다르다고 말하는 말투나 어조가 다르다고 이렇게 배척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이제는 아무도 믿을 수가 없다. 가족도 없고 나에게 남아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인생의 내리막길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이야. 친척도 가족도 누구도 없다. 이렇게 살다가 고독사로 죽어버리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내가 원하는 삶은 서로 차분히 서로가 오해하지 않는 단어들과 문장들을 쓰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존중을 주고 존중을 받는 그런 관계를 그렸는데 가족들은 예외였나 보다. 나에게 남아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이 참 슬프다.


국토대장정도 아니고 집을 나올 때마다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나오는 내 모습이 참 처량하기만 하다. 옷은 왜 그리도 많지 않은지 내 생필품이 왜 그리도 없어서 24인치 캐리어 안에 모두 들어갈 정도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인생이 박살 나버렸다. 가족에 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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