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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n 27. 2023

사회성 결여는 나를 무너뜨렸다.

사회성 결여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몰랐다. 나는 그저 나 자신이 사회생활을 잘 못하는구나라고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나는 결핍이란 감정이 상당히 많다. 부모에게 받은 사랑이 부족해서 애정결핍이 있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크다. 그리고 가장 치명적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어렸을 때 벗어나지 못했던 ADHD였다. 한 자리에 오랜 시간 앉아있는 방법을 몰랐고 어려서부터 공부를 하건 책을 읽던 만화책을 보던 한 자리에 있는 것을 정말 싫어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유아기의 ADHD를 제때 치료하지 못하면 성인이 되어서 다른 정신적인 질환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무기력증이나 우울증이 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정확하진 않지만 나의 유아기와 현재를 번갈아가면서 생각해 보면 틀린 것 같지도 않다.


나는 무기력하고 우울증이 극심하다. 사실 우울증도 우울증이지만 무기력함이 지독히도 세다. 밥을 먹기 위해서 먹으려고 준비하다가도 왜 내가 밥을 먹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왕왕 있고 열심히 산다는 것 자체를 부정한다. 나는 이렇게 열심히 살아도 서울에 집을 산다거나 차를 산다거나 할 수 없다는 높디높은 절망 때문에 빠르게 포기해 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이건 정신병원에서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상담 내용으로 결과를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비슷한 나이의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는 무기력함이 기본적으로 높고 의욕이 없다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돈을 벌어서 집을 산다거나 여행을 간다거나 차를 산다거나하는 목표가 있다는데 나는 그런 게 없다. 가지고 싶은 것 또한 없다. 물론 돈이 여유로우면 그만큼 내가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거니까 결국 돈을 벌긴 하겠지만 돈을 왜 벌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뉴스나 유튜브에서 나오는 기사들을 보면 인생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갑자기 잘 다니던 대기업에서 자살을 하거나 공무원을 때려치우고 일을 안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내가 열심히 살아봤자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도 없고 나 같은 가진 거 없는 서민이 노력해 봤자, 죽어라 개같이 고생해 봤자 버는 돈은 2-300만 원 언저리일 것이다. 그렇게 돈을 7-80%을 모아서 차를 사고 집을 사고. 사실 답이 없는 문제이긴 하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하고 싶은 일도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덜컥 겁이 나버려서 내 마음의 벽을 친다. 막상 하면 잘하겠지만 모든 것이 나에게는 불안의 요소로 작용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부터 새로운 환경, 낯선 분위기,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만 같은 숨 막히는 압박감, 극도로 긴장을 하는 편인 나는 모든 것을 무섭고 겁이 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내 성격, 새로운 문제에 직면했을 때 식은땀을 흘리면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겠는 그 강박과 불안들. 이 모든 것이 나를 겁나게 한다. 무섭다.


맞는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부탄가스를 이용한 가스버너를 무서워한다. 내 손으로 가스를 갈아본 적이 없다. 왜 그렇게까지 무서워졌는지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문득 나도 모르게 유튜브에서 가스 폭발이라는 것을 찾아봤다. 사실 그전에 꿈에서 무언가 폭발하는 꿈을 다양하게 꾸었다. 무서웠다. 심지어 나는 꿈을 생생하게 꾸는 사람이다. 심지어 눈을 떴을 때 꿈인지 내가 실제로 겪었던 일인지도 순간 헷갈릴 정도로 생생하게 꿈을 꾸다 보니 그게 현실인지 알아보고 싶었다. 현실은 아니었고 유튜브에서 본 것만이 현실이었다.


그 이후로 가스를 만지지도, 잘 쳐다보지도 못한다. 가스 불을 켤 때마다 아직까지도 주저하고 일하시는 분이 가스를 교체해 줄 때마다 나는 귀를 막고 상체를 뒤로 쭉 빼서 물러나있는다. 이 정도로 모든 것을 불안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그런 모든 것을 생각하고 신경 써야 한다는 압박과 강박 때문에 무슨 일을 쉽게 하질 못한다.


모르겠다. 내가 나이가 많아서 이런 생각을 고민을 하는 건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사회성 결여라는 말은 나에게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단어이고 질병이다. 이렇게 살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건 나 자신이었다. 돈을 벌어도 아무런 의미와 의욕을 찾을 수 없고 좋아하는 음식이나 술, 옷을 사는 것도 별로 감흥이 없다. 술은 취하고 싶어서, 도피하고 싶어서 매일 마시고 있지만 그것이 내 삶을 일순간 앗아갈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은 있긴 하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가족들에게 입었던 언어폭력도 나를 구렁텅이로 내몰고 있다. 모든 것이 나를 결여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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