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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n 28. 2023

서울 월세방 vs 부산 월세방

서울보단 부산이 훨씬 쾌적하다.

나는 부산에서 살아보려고 집을 계속해서 알아봤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월세를 가진 방을 구할 수는 없었다. 공인중개사를 끼고 (예를 들면 피터팬) 계약을 하면 이 중개사들은 조금이라도 중개 수수료를 받으려고 다른 매물들로 현혹을 하거나 회유를 한다. 중개사를 믿지 못해서 개인 직거래나 주인 직거래로 집을 알아보면 그 또한 리스크가 있다.


일단 직거래를 하는 게 돈이 덜 들어가는 건 맞지만 기존 세입자가 왜 집을 빼려고 하는 건지 왜 중도 퇴실 하려는 건지 이유를 명확하고 솔직하게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리스크이고 벌레가 나왔다던가 방음이 안되어서 거짓말을 하고 방을 뺄 수도 있는 노릇이니.


집주인과 직거래를 하면 집주인을 또 믿을 수가 없다. 결국 월세를 내면서 사는 을의 입장에서는 집주인과 거래를 잘하고 말을 잘해야 하는데 끝까지 조금이라도 돈을 더 뽑아먹으려고 안달 난 집주인들이 너무 많다는 게 문제다.


내가 서울에서 1년 정도 자취를 했을 때 3번이나 이사를 했다. 한 번은 싱크대가 막혀서 물이 전혀 내려가지 않는 상황이었고 세탁기와 설거지를 동시에 하면 물 수압이 현저히 낮아지는 현상이 있었다. 그래서 하수구가 꽉 막혀서 역류를 하길래 집주인에게 연락을 했더니 연락이 원활히 잘 되지도 않았고 일단 당장 문제해결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서 업체를 불러 해결을 하고 돈 얼마 나왔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정확히는 연락을 너무 안 받길래 이렇게 하겠다고 통보하고 업체를 불렀다.)


보통 막힌 게 아니라 안쪽부터 꽉 막혔다는 말로 고급 장비로 뚫었어야 했다. 그렇게 하고 나온 비용이 15만 원 정도였던가 했는데 집주인에게 영수증과 상황설명을 하니 나중에 돌아온 대답은 그렇게 비싼 비용일 줄 알았더라면 본인이 아는 업체를 불러서 해줬을 거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정성껏 늘어놓길래 그 이후로 그 집과 그 집주인에 대한 인류애가 조금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어서 부랴부랴 다른 집으로 이사를 알아봤다.


두 번째 집은 정말 정말 좁았다. 대신 해가 잘 들어왔고 미친 듯이 좁았지만 그럼에도 괜찮았다. 하지만 집주인도 주기적으로 세입자들에게 문자를 보냈고 안내문 같은 걸 수시로 보냈다. 거기를 뛰쳐나온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무슨 이유가 있었겠지. 그 이후로 마지막으로 옮긴 세 번째 집은 월세만 52만 원이었고 관리비는 별도였다. 그 집은 유일하게 가장 컸고 (커봤자 방 쪼개기를 한 건물이었어서 성인 4명 정도가 바닥에 일자로 누우면 잘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집은 해가 전혀 들어오질 않았고 위에서 언급했듯이 방 쪼개기가 의심되는 건물이었어서 그런지 방음이 전혀 되질 않았다. 오죽했으면 옆집 유튜브나 티브이소리가 침대에 누워있으면 다 들릴 정도였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가 있었다. 하루는 여자친구가 집에 와서 오후 10시~11시 사이에 tv를 보면서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그 소리가 시끄럽다며 옆집사람이 경찰에 신고를 해서 그 늦은 시간에 경찰이 찾아왔던 문제가 가장 컸다. 그리고 충격이었다. 고시원도 이 정도로 가깝게 방음이 안되지는 않았을 것 같았다.


그 이후로 바로 세입자를 구해서 방을 탈출할 수 있었다. 정말 최악의 집이었다. 집주인도 항상 매일같이 건물 청소를 했고 마주치는 게 썩 편하지는 않았다. 마치 내 건물이니까- 하는 듯한 느낌이 싫었다. 불편했다.


서울에서 집을 알아보는 것보다야 부산이 훨씬 더 쾌적하고 같은 가격이라면 더 쾌적하게 살 수 있다. 그건 서울에 비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나같이 부산 바다 근처의 방을 알아본다면 그 가격은 서울보다 훨씬 더 비싸다는 건 알았으면 좋겠다. 사실 광안대교가 정면으로 보이는 곳은 월세가 130만 원부터 시작한다. 100만 원 아래로도 구할 수는 있지만 바다가 보인다는 매력 빼고는 사실 그 돈을 주고 살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긴 한다. 나는 경제적 독립을 하게 된다면 1-2년 정도는 바다 근처에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하지만 부산이 고령화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것과 젊은 사람들이 부산을 떠나 서울로 모여들고 있다는 것도 고려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젊은 사람들이 떠나면 일자리도 없어진다는 뜻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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