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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l 01. 2023

사실 나는 불안장애가 있었나 보다.

나는 어려서부터 받지 못한 것이 애정뿐이었다고만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나이가 들고 30대가 지나니 무언가 내가 일에 정착하지 못하고 어떤 일을 마주할 때마다 무섭고 불안하다는 마음이 든다는 상황이 잦아졌다. 그래서 한 번은 찾아봤다. 불안장애가 도대체 뭔지.


불안장애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범불안장애, 사회불안장애, 불안장애 등 다양하게 있었다. 일단 내가 여러 가지 찾아봤을 때 나와 가장 맞는 불안은 범불안장애였다. 범불안장애는 다양한 활동이나 사건에 대한 과도한 불안감으로 걱정으로 조성된다. 걱정은 6개월 이상 꽤 오래간다. 한 가지 문제가 아니라 다양한 문제, 활동, 상황에 대해 불안해하고 염려한다.라고 나와있다.


사실 나는 어떠한 행동을 하더라도 너무 무서워하는 사람이다. 사람을 만나야 하거나 면접을 보러 갈 때 유독 불안해지고 심장이 너무나도 빨리 뛰고 식은땀이 줄줄 난다. 그렇게 긴장을 하고 면접을 보면 보통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못 한다거나 해야 하는 말을 건너뛰는 경우도 많았었다.


나는 이렇게까지 긴장을 하는 게 그냥 엄마 아빠의 성격을 닮아서라고 생각했다.


부모에게 받은 피는 속이지 않으니까. 그리고 나의 엄마는 누군가를 만날 때 나만큼은 아니지만 걱정을 하고 거리를 상당히 두려고 하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엄마를 보고 나는 그냥 이렇게 태어났나 보다고 생각을 하고 지냈었지만 이게 30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증상이 더 잦아졌다는 느낌을 받은 이후로 한번 찾아봤다. 유튜브에 불안장애, 사회불안장애라는 것을 찾아보았다. 결과론적으로 약물치료로 개선이 가능한 가장 대표적인 질병이라고 했다.


요즘은 약으로도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것에 비하면 치료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질병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불안을 끊을 수 있게 가이드를 알려주는 영상들이 많이 있지만 나는 그 영상을 보지는 않았다. 그렇게 해서 쉽게 치료된다는 것이 나에게는 와닿지 않았고 나의 원인을 찾으면,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다면 나는 정말 이 세상에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버릴 것 같은 마음에 병원을 가볼 생각을 못했다. 그리고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서울의 도심은 정신병원이 5-6개월은 예약이 다 차있기 때문에 쉽사리 어느 병원을 찾아가서 상담을 받고 치료를 받는다는 것이 불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내가 불안장애라니. 그러니까, 나도 나의 몸이나 정서상,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항상 느꼈었다. 하지만 그것을 부모는 "너는 왜 항상 미리 걱정을 앞서하냐, 그러지 마라"라는 식으로만 이야기를 들었던 것뿐이었고 그것이 정신적인 질환이었을지 몰랐을 터. 그러니까 매번 걱정이 많고 고민이 많고 생각이 많은 나에게 항상 너는 왜 그러냐는 식으로 잔소리를 항상 했다.


근데 그게 불안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이었다니 참. 나도 이 문제를 키운 것도 문제지만 부모라는 인간들이 그렇게까지 방치를 하고 병을 키웠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물론 몰라서, 그런 것까지 정신 질환이 있었을 줄 몰랐으니까 그랬겠지만 나는 항상 이런 식으로 방치되어 살아왔다.


불안장애.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꼭 고쳐야만 하는 병이다. 서른 살이 넘어서 아르바이트나 전전하며 살 수는 없겠지만 나는 누구보다도 오래 살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아르바이트라도 하기 위해서는 이 병을 고쳐야겠지. 20대 후반까지는 정말 몸이 튼튼하고 절대로 고장 나지 않고 나에게 있는 유일한 문제점은 햇빛 알레르기라고만 생각했고 심지어 20대 때는 증상 발현이 잘 되지 않아 상황도 나쁘지 않았다. 30대가 된 이후, 술을 정말 많이 마시고 나서는 몸의 체질이 변해서 이제는 햇빛에 정말로 취약하고 어려운 사람이 되어버렸다.


남들은 다 성공하고 인생의 시작이라는 30대에 나는 왜 이렇게 무너지고 있는 걸까. 돈 천 원, 이천 원에 수많은 고민을 하게 하는 내 인생이 과연 답은 있을 것인가. 이렇게 살다 죽고 싶다는 마음만 가진 나로서는 인생의 성공도, 건강도 다 필요 없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가장 좋아하는 것을 가까이 두고 삶을 연명하는 것밖에는 없을 것 같다. 부모보다 먼저 죽는 게 내 꿈이었는데 그걸 곧 실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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