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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l 01. 2023

내가 서울에서 월세를 안 구하는 이유

나는 서울에서 평생 살아온 서울 토박이다.


평생을 가족과 함께 살다 집이 휘청거릴 정도로 큰 일을 겪은 이후에 나는 자취를 결심했다. 서울 끄트머리에서 살고 있던 나는 관악구 신림동이라는 1인 가구의 메카로 집을 알아봤다. 첫 집은 음식거리와 지하철이 조금 떨어져 있던 곳이었지만 나름 살만했다. 크기도 컸고 방에 해도 잘 들어왔다.


하지만 이 모든 경험은 다시는 서울에서 월세방을 구하지 않아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먼저 내가 서울에서 월세방, 자취방을 구하지 않는 이유는 이렇다.


1. 서울 사람들이 돈을 조금이라도 더 뽑아먹으려고 한다. (이유 없는 청소비 등)

2. 크고 작은 방 문제들을 대충 때우려고 한다.

3. 돈에 미친 집주인들이 많다. (1년 중 3번을 이사했는데 3번 다 그랬음)

3-1. 돈에 미친 집주인들이 건물을 불법으로 개조해서 방 쪼개기 등으로 사기를 친다.

4. 건물 가지고 있다고 으스대며 세입자에게 눈치를 준다.


내가 느꼈던 것은 이러하다. 나는 전세를 들어가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전세사기는 제외했다.


1번은 서울 사람, 집주인들은 정말 돈에 눈이 멀었다는 느낌을 정말 많이 받는다. 일단 내가 경험했던 관악구의 경우 원룸 건물도 많고 다양하다. 그래서 그런지 계약도 아주 활발히 이루어지는 곳이다. 하지만 보증금 대비 월세가 비싼 경우가 정말 많고 방 상태가 거지 같은데도 5-60만 원씩 요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나는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문화가 퇴실할 때 청소비를 주고 퇴실해야 한다는 게 아직까지도 믿기지가 않는다.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흡연을 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1층이나 밖으로 나가서 담배를 피워야 하고 집 안에서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들이 있다. 방에서 흡연을 하면 퇴실할 때 도배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던가 하는 항목이 실제로 있다. 하지만 나는 흡연을 하지도 않고 방을 아주 깨끗이 쓴다. 나는 태생부터 서울 촌놈이기 때문에 방에 못질을 할 일도 없고 페인트나 무언가가 도배를 망칠 일도 없고 냄새를 벽지에 배게 할 일도 없다.


하지만 내가 느꼈던 서울의 건물주들은 '응 그딴 거 필요 없고 무조건 퇴실할 때 청소비 내놔'였다.


그래, 서울 원룸 4평 안 되는 곳에서도 기존 세입자가 청소비를 지불하고 퇴실을 하고 내가 입주를 할 때 청소 상태가 개판이었다. 냉장고에는 비우지 않은 물건들이 있었고 화장실 고무패킹 사이라던가 찌든 때, 양념, 바닥에 묻어있는 먼지나 먼지 뭉친 것, 싱크대나 주방의 상태, 전자레인지의 기름때 등 청소가 되어있다고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래놓고선 퇴실비용이라는 명목으로 8-10만 원까지 받아내는 거였다.


물론 합당한 이유가 있으면 나도 지불할 의사가 있다. 하지만 뭔가 느낌이 공인중개사랑 짜고 퇴실청소비를 받고 둘이 나누는 것 같다는 느낌이 정말 싸하게 든다.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공인중개사에게 물어보니 모든 집에는 퇴실 청소비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직거래를 하려고 연락을 해보면 퇴실청소비는 보통 서울에만 있고 부산에는 본인이 원상복구만 하고 나가면 따로 지불할 돈은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내가 하는 말이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라 중개사와 집주인 간의 커넥션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실제로 그럴 수도 있고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1년 동안 3번의 집을 옮긴 나로서는 모든 집에서 퇴실 청소비를 요구했고 내가 새로 입주했을 때 청소를 내 손으로 직접 다시 다 했다. 그래놓고선 세입자에게 퇴실청소비 명목으로 돈을 받아내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나? 청소라도 제대로 되어있으면 말이라도 안 한다. 세탁기는 물때가 그득하고 화장실 변기도 물때가 가득하고 냉장고는 안에 있는 물건들만 버리고 내외부는 청소를 전혀 안 하면서 청소비를 받겠다고 하면 누가 주겠는가.


2번은 크고 작은 문제를 대충 때우려고 한다.


보통 집주인들은 꼭대기 층이나 근처에 살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경험했던 곳은 마지막 집을 제외하면 꽤 거리가 있는 곳에서 사는 집주인들이었다. 이건 이전 글에도 인용했지만 하수구가 막혔을 때 나한테 먼저 처리하고 비용을 청구하라고 했으면서 막상 처리하니까 그렇게 큰 비용일 줄 알았으면 내가 알아서 해결했지-라고 하는 집주인이었다. 그전에도 인터폰이 안된다, 집 문이 이상하다, 물이 잘 안 내려간다 등 얘기했을 때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연락도 잘 안되었다. 문제 해결은 하고 싶지도 않으면서 돈은 받고 싶다는 심보가 눈에 너무 잘 보여서 너무 지쳤다.


3번은 돈에 미친 건물주들이 많더라는 거다.


물론 융자를 껴서라도 건물 하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자랑이고 뿌듯할까 마음은 짐작이 간다. 하지만 그 돈을 어떻게 서라도 아껴서 최소한으로 해결하려고 하고 속도도 매우 더디다. 보통 관악구에서 자취를 해본 사람이 있으면 공감할 거다. 그러니까, 정당히 계약을 하고 입주를 해서 살고 있는데 보통 건물주들은 포커스가 세입자의 불편함에 맞추어진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돈을 덜 쓰고 수리를 할 수 있을까? 가 팩트다. 싱크대 하수구가 막혔을 때 돌아오는 연락은 "마트에 있는 액체 뚫어 뻥으로 해보세요. 영수증 찍어서 보내주면 돈 보내드릴게요"라는 말이었다. 물론 이 말이 정상일수도 있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한두 번 붓는 것도 아니고 계속해서 부었는데도 해결이 안 되니까 하소연을 하면서 연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시간은 질질 끌 수 있는 만큼 끌어댔다. (그래서 답답해서 먼저 해결하겠다고 했는데 돈 많이 나왔다고 오히려 역정을 내는 건물주가 있었다. 그렇게 많이 나올 거면 미리 연락을 하셨어야죠! 하면서 짜증을 덜컥 내더라. 그래서 저는 먼저 연락드렸는데 연락을 받지 않으셨고 답장도 안 주셔서 문자로 남겨드렸다고 하니까 자기는 이렇게까지 많은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결국 집주인 상대로 신고까지 했음)


건물 마련한 거 자랑이고 대단한 거 맞다. 근데 그 책임을 왜 세입자가 지어야 하는가? 그럴 거면 월세를 낮추고 그런 비용은 알아서 해결하라고 notice를 띄우던가 하시지. 월세 낮추기는 싫고 받을 만큼 다 받아야겠다고 생각을 한 건지 뭔지 참.


그리고 그 이후 건물 쪼개기나 어떻게 해서든 좁은 간격의 건물에 한 사람이라도 월세를 더 넣으려고 방 쪼개기를 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솔직히 방을 3번이나 이사한 나로서는 이해가 절대 불가능했다. 첫 번째 집은 복도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짧은 곳이 ㄴ자로 되어있었는데 그 공간에 방이 4개나 있었다. 총길이가 1m 조금 넘으려나 했을 거다. 두 번째 집은 한 층에 3개의 방이 있었는데 내 옆집은 바로 문을 열면 택배가 내 것인지 옆집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간격이 짧다. 그리고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샤워하는 소리랑 드라이기 소리가 생생하게 잘 들렸다는 거다.


세 번째 집은 정말 가관이었다. 여긴 복도가 좀 긴 편이었는데 길어봤자 2m는 절대 안 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이 6개가 있었다. 한 층에. 모든 집이 문을 한꺼번에 열면 열리지 않을 정도로 그렇게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이 집은 옆집에서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보고 있는 소리까지 다 들릴 정도였다. 햇빛도 앞 건물 때문에 전혀 들어오질 않았고 심지어 저녁에 야식을 먹으면서 놀고 있었는데 옆집에서 시끄럽다고 경찰에 신고를 한 수준이었다.


나는 이런저런 경험으로 다시는 서울에서 살고 싶지 않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내가 내려가서 살 부산도 매한가지다. 방마다 퇴실청소비가 있고 방을 직접 보질 못하니 방음이 심한지 아닌지조차 알 수가 없다. 세입자들에게 그렇게까지 매정하게 한 푼 한 푼 다 뜯어가야만 속이 시원한지 물어보고 싶다.


내 집이 없는 내 죄겠지. 남의 집을 빌려서 사는 건데 남에게 맞추어야겠지. 하지만 뭐든 좋지만 적당히 하자는 거다. 적당히 요구하고 적당히 받아먹고 적당히 협의를 해야지 세입자 들어올 거라고 머리부터 끝까지 모든 걸 빼먹으려고 하는 건물주가 무슨 매력이 있다고 참. 건물 없고 하소연하는 나를 탓해야지 누구를 탓하겠나. 나는 그래서 건물주와 중개사랑 연락을 해보지만 내 특유의 감으로 그런 사람들을 거를 수는 있다. 하지만 사람이 작정하고 속이면 그것도 소용없겠지.


일단 부산에서 3개월 먼저 살아보고 결정해야겠다. 진짜 이 썩어빠진 생태계를 전부 뜯어고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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