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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l 08. 2023

부산은 왜 불법 숙박이 많을까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유별나게 부산이 불법숙박이 많은 걸까?라는 생각이. 사실 전국 어디에서든 에어비앤비든 불법으로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곳은 많긴 하다. 하지만 서울 촌놈인 내가 서울 곳곳을 돌아다녔을 때는 현수막이 붙여져있지 않았다. 그런 곳을 본 적도 없다. 이곳은 불법시설로 운영하면 안 됩니다-라고 명시해 둔 현수막을 서울에서 본 기억이 없다. 많이 가본 것은 아니지만 부산 자갈치시장 근방이라던가 강원도 양양, 강릉, 주문진 등 바다 근처를 많이 가봤지만 그곳 또한 현수막으로 불법으로 운영하지 마시오!라는 현수막을 본 적이 없다.


유달리 부산에서만 에어비앤비를 운영하는 건물 앞, 뒤 근방으로 현수막을 걸어두는 걸 볼 수 있었다. 물론 나는 부동산에 무지한 사람이기 때문에 미분양된 호실을 채우기 위한 목적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 에어비앤비처럼 불법숙소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오늘 부산 현지에서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당근마켓에서 대놓고 '에어비앤비 청소하실 이모님 구함'이라는 알바 공고를 보자마자 마음이 정말 짜게 식었던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광안대교가 한눈에 보이는 원룸이나 투룸을 매매했을 수도 있고 전세, 월세로 살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충격받았던 사실은 청소 비용이 정말 짜다는 사실이었다. 4-5평 원룸 하나 청소를 하는데 15,000원을 지급한다고 되어있었다. 물론 그보다 평수가 크고 넓으면 더 주는 곳도 있었지만 보통 많이 쳐줘야 25,000원 수준이었다.


그래놓고선 청소도 꼼꼼히 잘해야 하고 청소하면서 연락도 잘 되어야 하고 많은 문제점들이 있는 것 같았다. 본인 집을 본인 손으로 청소하지 않고 남의 손에 맡긴다는 게 참 아이러니였고 충격이었지만 뭐 본인들이 그렇게 하겠다는데 내가 어쩔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인류애가 정말 많이 사라졌다.


이번 부산 여행은 하룻밤으로 광안리 수변공원 정 반대쪽으로 예약을 해서 이용을 했고 그다음 날은 방을 구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서 수변공원 근처에 있는 방으로 3박 4일 예약을 했다. 그 가격은 28만 원이었다.


심지어 가장 중요한 건 평일이었다. 주말이 하루도 끼지 않은 평일 월, 화, 수, 목 4일이었다. 평일 4일에 28만 원을 요구하는 곳이 어디가 있을까. 평일이라고 해도 하루에 7만 원이라고 그나마 괜찮네-라고 했던 내가 죄인이었다.


 사실 부산까지 와서 숙소에 이렇게까지 큰돈을 써본 적이 없다. 그래도 한 곳에 바다 근처에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결제를 했지만 3박 4일 동안 한 번을 찾아와서 청소를 해준 적도 없었고 따로 연락이 오지도 않았다. 그저 입실 시간 전에 짐을 맡겨주는 것과 수건을 7-8장 정도 대량으로 놓고 간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었다.


불편하지는 않냐, 하루 숙박이 아니라 3박 4일 동안 계시는데 불편한 건 없냐, 도와드릴 건 없냐라는 연락조차 한번 오지를 않았다. 심지어는 바닥에 쌓인 먼지들과 머리카락, 침대 위에 올려두는 커버까지 우리가 직접 빨래하고 건조해서 교체를 했어야만 했다. 그리고 호스트에게 숙박 날짜가 헷갈려서 문의를 하니 "에휴.."라는 말을 하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28만 원이나 되는 큰돈을 받고서 대응이 그런 식이라는 것에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돈은 벌고 싶은데 귀찮은 응대는 하고 싶지 않은 건가-라는 생각이 정말 절실히 들었다.


특히나 해운대 바다나 광안리 바다나 바다가 보이는 정면 뷰는 정말 비싸다. 하지만 측면이나 살짝 보이는 뷰를 가지고 그렇게 돈을 비싸게 주고 하는 것도 이해는 한다. 그런 집을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 것으로 만들려면 노력이 필요했을 테니까. 위치나 바다가 보이지 않는다고 징징거리는 것이 아니다. 불법으로 숙소를 운영하면서 공무원들에게 걸리지 않으려고 주의사항이나 경고문을 방문에다 붙여놓는다던지 협조하지 말라, 친구 집에 놀러 왔다고 이야기를 하라는 식이, 서비스라고는 쥐뿔 찾아볼 수도 없는 것이 정말 충격이었다.


내 머리로는 불법 숙박이 많은 이유를 쉽게 정의 내리지는 못하겠지만 왜인지는 알 것 같다. 그리고 수변공원에서의 금주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는 한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이 얼마나 크기에 그렇게 큰돈을 받았으면서도 연락 한 번 먼저 없고 청소가 필요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게 참 충격이다.


이번 부산 여행으로 인류애를 정말 많이 소멸하고 온 것 같다. 그렇게들 돈이 좋을까. 그렇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서비스 운영이, 불법으로 운영되는 운영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과연 떳떳하고 당당할까. 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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