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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ul 12. 2023

다시 면접을 보고 다니고 있다.

여차저차하여 부산에서의 생활을 일주일로 마무리를 하고 서울에서 다시 시작을 하건 돈을 모아서 다시 내려갈 채비를 하던 하려고 한다. 하지만 정말 서울에서 일을 구한다는 것은 부산이나 유명 관광지에서 일을 구하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어려운 것 같다.


내가 살고 싶은 동네인 부산 광안리, 민락동쪽은 먹을 곳도 많고 술이나 호프집, 펍이 굉장히 즐비해있는 곳이기 때문에 나만 협의가 가능하다면 쉽게 일을 구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부산에서 올라오는 마지막 날 마지막 희망이랍시고 당근마켓에서 알바 공고를 보고 지원을 했었다. 정말 마지막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지원을 했다. 지원한 곳은 마트 캐셔를 맡아서 하는 일이었다.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무슨 일이라도 돈만 벌 수 있다면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경력자만 구한다는 말에 서비스 경력과 판매능력이 있다고 짤막하게 메모를 해서 남기고 지원을 했다.


결과는 서울에 올라온 지금까지도 연락이 없다. 내가 어려서 캐셔 일을 못 할 거라고 생각을 하신 걸까 아니면 제대로 된 이력서가 아니기 때문에 연락을 하지 않은 걸까 모르겠지만 그 마트에서 연락이 왔었다면 나는 아마 부산에 하루 이틀은 더 머물지 않았을까 싶다.


오늘 면접을 또 보고 왔는데 막상 면접을 보기 직전과 직후의 감정이 항상 다르다. 면접을 보기 위한 회의실까지 들어가는 것이 그렇게 떨리고 미칠 정도로 불안하게만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나 남들보다 나는 유독 예민하고 불안한 사람이기 때문에 더더욱 불안하고 정말 미쳐버릴 것 같은 감정이 자꾸만 드는 것 같다.


오늘은 지하철로만 1시간을 이동해야만 하는 지역으로 면접을 보러 갔다. 지원을 하자마자 전화가 와서 면접 날짜를 조율해 주었고 시간에 맞추어서 방문을 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의 계약직으로 면접을 봤는데 회사가 이렇게 컸나? 규모가 이렇게 컸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직원들도 많았고 회사 공간도 매우 쾌적하고 여유로웠다.


회의실로 안내를 해주셨고 그 회의실에는 남자 두 분이 앉아서 대기하고 있었다. 정말 숨이 멎을 정도로 긴장을 해서 그런지 가방을 어떻게 놔야 할까 손에 쥐고 있는 핸드폰은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부터 '자기소개를 해보라고 하면 어쩌지? 나는 자기소개가 제일 무서운데'라고 생각을 계속 반복하고 있었고 두어 개의 질문을 받고 난 뒤 간단하게 본인 소개를 해달라는 말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사실 임기응변으로 해야 하는 말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했다. 합격하기 위해서, 잘 보이기 위해서 입에 발린 멋진 말들을 하는 게 아니라 내가 처한 상황, 말 그대로 내 소개를 했다. 나는 이런 사람이고 많은 방황을 하고 있고 그래서 그런지 아직까지도 어떤 일을 해야 하겠다는 확신이 없는 상황이라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해 보는 중이라고 말을 했다. (사실 마지막 끝맺음이 애매해서 감사합니다라고 말을 끝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게 조금은 아쉬웠다.)


뭔가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나니 후련했다. 말도 버벅거렸고 긴장을 너무 많이 한 탓에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그저 생각나는 것은 그 짧은 20분의 면접시간 동안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는 것뿐.


생각보다 면접 분위기는 딱딱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물어봐주기를 원했다. 이 사람들은 내 경력이 신기했는지 이런 플랫폼들만 찾아다니면서 일을 한 거냐고 물어봤고 나는 그렇지는 않고 일반적인 일에는 흥미를 못 느껴서 오랜 시간 찾다 보니 이런 일만 해왔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 사람들도 신기했던 걸까. 그 면접 과정에서 아주 조금이나마 내 경력을 인정해 주는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면접을 봤던 분들도 젠틀하셨고 부담스럽지 않게 분위기를 풀어나가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정말 편하게 면접을 봤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합격이 되더라도 지하철로만 1시간을 이동해야 한다는 점과 태생부터 호흡기, 기관지 쪽이 좋지 않아서 헛기침을 많이 하는 편인데 사무실은 너무나도 정적인 분위기였고 많은 사람들이 집중하는 스터디카페보다 도서관의 느낌이 강했다. 그런 것들 때문에 면접을 잘 보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불안해졌다. 벌써부터 그 많은 사람들에게 "헛기침 좀 그만하세요 시끄러워요"라는 말을 듣게 될 것 같다는 느낌도 불안했고 그 와중에 떨어지면 어쩌지?라는 생각까지 계속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나를 구렁텅이로 빠뜨렸다.


집에 오는 광역버스를 정말 오랜만에 타봤다. 마지막으로 일을 한 곳이 서초역이어서 강남역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퇴근을 왕왕했었는데 생각을 너무 많이, 오래 한 탓인지 버스에서 잠깐 기절해서 잠이 들었다.


내가 내려야 할 곳에서 내릴 때는 나 혼자만 내렸다. 맨 뒷칸에서 나 혼자 가방을 들고 저벅저벅 내리는데 뭔가 느낌이 굉장히 묘했다. 빈좌석 하나 없는 만석버스에서 나 혼자만 내린다는 게 기분이 묘했다.


이렇게 또다시 면접을 보러 다니겠구나. 어떤 사람을 만날지 어떤 일을 해야 좋을지 아무것도 모르는 이 서울살이는 언제까지 해야 할까. 인생이 너무 지독하리만큼 무섭고 불안하다. 모아둔 돈으로 여행을 하고 보증금으로 지불하는 게 아니라 이 정도면 병원을 먼저 가봐야 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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