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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Aug 09. 2023

얼떨결에 다시 시작한 자취

얼떨결에 자취를 시작했다. 물론 나 혼자서의 고민과 결정은 아니었고 사정이 있었다. 시행착오도 많았고 고민도 많았고 결정하기까지의 시간이 정말로 지옥 같았다. 급하게 집을 나와야 하는 상황에 놓였지만 즉시 입주가 가능한 집은 찾을 수 없었고 시간만 소비하기 시작했다.


정말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정말 이대로 죽으라는 법은 없는 건지 즉시 입주가 가능한 집이 있었다. 심지어 집의 위치도 정말 좋았고 여러 가지 교통이나 인프라를 생각하면 이 집보다 더 좋은 환경은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나의 꿈이자 바람은 부산 바닷가가 보이는 집에 가서 사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부산 여행을 다녀온 뒤로 많이 깨달았다. 실질적으로 바다가 보이는 오피스텔들은 이미 에어비앤비로 장악을 하고 있었고 그런 집을 싸게 내놓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오피스텔이나 방 하나의 가격이 나의 본가 집의 시세랑 비슷했다. 그러니까 바다가 보이는 광안대교 뷰를 가진 신축 오피스텔이 서울 변두리에 살고 있는 오래된 아파트 20평대의 가격이 얼추 비슷했다.


물론 아파트 가격이 거품이 빠지고 있는 중이라지만 그래도 그렇지 오피스텔과 아파트 가격이 비슷한 게 말이 되나 싶었지만 막상 부산 신축 오피스텔을 4일가량 연속으로 이용을 했을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바다가 근처에 있어서 산책이나 버스킹, 강아지 산책 등을 하기가 아주 수월했고 사람들도 많고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도 많아서 좋은 곳이라는 것은 알지만 바다 근처는 바가지도 너무 심할뿐더러 이제는 더 이상 부산 인심이라는 것도 잘 모르겠다.


부산에 살고 싶었던 이유는 외지인에게 다정하고 따듯하게 배려해 주는 그 마음이 좋았던 건데 더 이상 부산에서는 인심을 느낄 수가 없었다. 여담이지만 부산의 한 시장 안에 있는 공영주차장에서 정말 부산에 대한 희망과 기대와 인심이랄 것이 산산조각 나는 일이 있었기도 했다. 반말과 언성을 높여가며 소리 지르면서 차를 막거나 차 번호판을 찍어간다거나 손가락질을 한다거나 하는 사람을 겪고 나니 굳이 이곳에서 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지금 본가를 나온 것도 아니고 나오지 않은 것도 아니다. 푸드트럭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집을 잘 못 들어간다. 그래서 내가 지금 방을 구했는지 모아둔 보증금을 홀라당 발라당 다 써버렸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500만 원을 보증금으로 해결하고 비싼 월세를 충당해야 하는 시간이 점점 오고 있다. 이 오피스텔은 신기하게도 월세가 선불이 아니라 후불이었다. 8월 7일에 입주를 해서 첫 월세를 9월 7일에 내야 하지만 당장 큰돈을 쓰고 당장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입주청소비는 없지만 강아지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했다. 특약으로 강아지를 키우다 걸리면 퇴실할 때 퇴실청소를 한다는 사항을 넣긴 했지만 이런저런 상황들을 두고 볼 때는 이게 가장 최선의 선택이었다. 방도 꽤나 쾌적했다.


대신 걱정스러운 부분은 관리비가 많이 나온다는 것인데, 한 달 조금 넘은 관리비가 23만 원이 나왔다고 했다. 물론 이 더위만 가신다면 관리비가 그렇게 많이 나올 것 같지는 않지만 어떻게 될지는 조금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4번째 독립을 시작했다. 완전한 홀로 독립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편히 몸 누울 수 있는 곳이 생겼다는 게 다행이다. 이제 월세를 내고 나머지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식비로 사용해야 하는 돈을 벌어야 할 텐데 고민이 많아진다. 블로그나 글을 쓰고 사진을 촬영하는 일로 일을 하고 싶지만 아무 경력도 없는 나로서는 디지털 노마드는 그냥 허황된 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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