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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Aug 09. 2023

비를 맞는 행위는 해방감이었을까?

비를 맞으면 해방감이 느껴진다.


유독 비 맞는 것을 좋아했던 나. 비를 맞을 때마다 이상하게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쾌락이나 마약 같은 기분 좋음이 아니었다. 그저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다는 긍정적이고도 선한 기분 좋음이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비 맞는 게 왜 그렇게 좋았을까. 아무것도 아닌 비 맞는 행위가 그렇게 좋았다.


그래서 나는 비가 올 때마다 한 번씩 강제로 비를 맞는다. 실제로 내 핸드폰에도 비가 많이 올 때는 영상으로 남겨두는 경우가 많다.


바다와 비를 좋아하는 게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으로는 우울증을 몇 개의 단어로 만든다면 바닷가와 하눌이서 내리는 비가 아닐까 싶다.


비가 오는 바닷가, 새벽에 잔잔한 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비.


이런 단어들이 아닐까 싶다. 지금 버스를 타고 있지만 맨 앞자리에 앉은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비가 유리창문에 내리는 모습이다. 이제는 곧 태풍이 오겠구나. 비가 오는 날은 어디라도 나가고 싶지 않다. 그저 집 안에서 낮잠을 늘어지게 자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내리는 비를 감상하는 것밖에 없다.


비를 맞는 행위가 해방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어디서 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원초적인 해방감이라고 했다.


결국 나의 해방은 비를 맞는 행위였던 걸까? 뭐, 어찌 됐던 좋은 방식인 것 같다. 남들이 보면 미쳤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서 그런지 요즘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는 비 오는 날 친구와 길바닥에 누워 비를 맞는 영상이 종종 나타나곤 한다.


그게 나의 꿈이자 로망이자 마지막 희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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