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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Oct 04. 2023

요즘 글을 못 쓰는 이유

바쁜 것도 바쁜 건데 정신이 나갈 것 같다

요즘 글을 통 쓰질 못했다. 일단 본가에서 독립해서 혼자 사는 것도 큰 이유겠지만 지금 당장하고 있는 일이 있기 때문에 더 정신이 없어서 글을 쓸 여유도, 생각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하나하나 설명하고 싶지만 간단하게 적어보자면 일단 내가 쓰고 있는 5년 된 맥북 노트북이 성능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아 중고로 내놓았는데 3달이 넘게 문의만 있을 뿐 판매가 전혀 되고 있지를 않다. 그런 상황에서 계속해서 이 노트북을 사용한다는 게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아닌 것 같아서 먼지만 쌓아두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겠고 그다음으로는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일정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 글을 쓰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이기도 하다.


퇴근을 하고 고생했다며 술을 마시면서 글을 쓰고 여유롭게 새벽을 보내고 싶지만 그런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는 것 같다. 원룸에서 키우는 강아지는 요즘 우울증이 왔는지 혹은 무기력증이 생겼는지 아침저녁으로 잠만 자고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 번이라도 더 산책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노트북을 여는 것과 글을 쓰는 행위가 참 어려워졌다. 아니 무서워졌다랄까.


요즘 나는 내 인생을 통틀어서 가장 바쁘게 살고 있다. 물론 내 기준이겠고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저렇게 여유롭게 뜨문뜨문 일을 해서 돈을 어떻게 모으고 벌겠다는 생각이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 자신을 돌아봤을 때는 우울증과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몇 번이고 살아난 나는 지금 이 과정들이 굉장히 힘들고 벅차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모을 수 있는 돈도 없고 나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이기에 이런 하루들이 굉장히 소중하기도 하고 술을 마시는 그 시간이 감사하고 귀중하기도 하다.


내 인생은 돈이 목적이 아니기에 이럴 수 있는 것 같다. 하루하루 맛있는 것을 먹으며 고생했다며 tv를 보고 방 청소를 하고 청소기에 수북이 쌓인 먼지들과 강아지 털을 보고 있노라면 뿌듯할 수가 없다. 집안일을 하는 것을 기본적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청소를 하면 힘들고 지치고 헉헉댈 정도로 열중해서 집안일을 하지만 그 결과가 가져다주는 뿌듯함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는 행위를 내려놓고 싶지는 않다. 며칠 전부터 계속해서 생각해 왔다. 글을 쓰고는 싶은데 무슨 글을 써야 할지 감이 오질 않았다. 내 글이야 뭐 의식의 흐름처럼 하루하루 느낀 감정들을 적어 내려 가는 것뿐이라 이렇다 할 글 주제가 없어도 상관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글을 쓰지 않는 시간들이 길어지니 점점 부담감으로 다가와버렸던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무의식의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참 감사하면서도 죄송하다.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참 마음이 아프다. 그럼에도 글 잘 읽고 있다고 연락을 해주신 한 구독자분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리고 싶다. 물론 나도 글을 계속해서 써야겠다는 압박감과 강박이 있긴 했지만 그 와중에 나에게 다가온 그 연락이 나를 다시금 살게 한 것 같다.


처음으로 글을 쓰면서 다짐했던 것이 한 사람이라도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며 그 마음을 다시 떠오르게 만들어주신 것 같아서 정말로 많이 감사하다. 누가 보면 아무렇지도 않은 연락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너무나도 귀중하고 소중한 연락이었다.


이 자리를 빌려 모든 마음을 빌어 감사함을 전해요. 고마워요.


바빠지더라도 글은 놓지 않을 것이다. 글을 쓰는 행위가 단순히 돈이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나는 언제까지나 글을 쓰고 싶다. 물론 이게 시대를 잘 타고 흐름을 잘 타서 많은 사람들에게 보인다면 좋겠지만 나는 그런 그릇도 없을뿐더러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삶에 만족해야겠다.


오늘은 바쁘지 않지만 비가 온다. 10월은 연속적으로 바쁜 날들이 많기 때문에 호흡 조절을 잘해야겠다. 이렇게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고 오래오래 간직해야겠다는 마음마저 든다. 비는 오지만 참 보람찬 하루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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