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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Oct 24. 2023

전반적으로 기능들이 다 사라지는 기분

오늘은 집 청소를 하다가 문득 정부24에서 신청해야만 하는 서류들이 있었다. 이전에도 두어 번 정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맥북으로는 처리가 안되길래 고객센터에 문의를 했더니 크롬을 쓰시냐, 인터넷은 어떤 것을 쓰시냐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결국 내가 제가 혹시 애플 맥북을 이용하는데 그게 문제가 될 수 있을까요?라고 이야기를 했더니 아! 하면서 담당자님께서 맥은 업데이트가 거의 불가능해서 맥이 아닌 윈도우 운영체제에서 실행해 보라고 했다.


부랴부랴 옆에 있던 연식이 오래된 노트북으로 어째 어째 제출을 했고 다음날 행사를 시작하기 20분 전까지도 등록이 안되었다는 연락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부랴부랴 피시방으로 들어가서 어찌어찌 해결은 했지만 신청이 반려된 이유가 참 아이러니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A 관할에서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A 관할에 서류를 제출했었어야 했는데 A 관할이 아닌 C 관할에 신청을 해두고 애먼 A 관할에만 왜 안 됐냐고 확인 좀 제발 부탁드린다고 우리 장사 못한다고 정말 가슴이 덜컥거릴 정도로 매달렸던 적이 있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나서는 술 마시고 하면 안 되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하지만 정부 24 어플이나 홈페이지를 보면 실용성도 없거니와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을 정도로 문제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2023년인데 맥북에 대한 대응 업데이트를 하지 않는다는 것부터가 모든 것의 반증인 것 같기도 하다.


그것도 그렇지만 나는 요즘 내 몸의 신체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가는 것을 느낀다. 운전면허는 6월에 땄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자동차 한 번 오랜 시간 몰아본 적 없고 6월 이후로 내가 운전하면서 도로를 밟은 적은 딱 2번 있었다. 주차까지 포함하면 3번이긴 하네.


한 번은 공유 자동차를 빌려서 직선, 유턴, 주차장 진입, 주차까지 한번 해봤지만 그게 면허 합격을 따고 처음으로 도로에 나왔더랬다. 나는 당연히도 비켜준 차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자 비상등을 깜빡였지만 그 순간 차선을 빠르게 바꾸지 못해서 하마터면 사고가 날 뻔하기도 했었다. 결국 나진 않았지만.


그리고 그 이후로는 오이도쪽을 가서 차가 전혀 다니지 않는 골목에서 두세 번 왕복을 했을 정도다. 나도 물론 차를 운전하고 싶고 같이 일하는 여자친구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은 마음뿐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만 느끼고 너무나도 큰 스트레스만 주고 있는 것만 같아서 늘 미안한 마음뿐이다.


이 사업을 언제까지 영위할지는 모르겠지만 당장 그만둘 수는 없기에 당분간은 열심히 더 해보려고 해 보겠지만 결국 끝이 보이는 사업이라는 게 온몸으로 느껴진다. 정해진 스케줄이 없고 밥시간도 제대로 없기 때문에 챙겨 먹지 않으면 끝이다. 챙겨 먹으면서라도 일을 하면 좋겠지만 그럴 시간도 없는 직업 특성상 변수가 너무 많다.


그래서 하루가 멀다 하고 아침에 한 끼를 먹는다거나 새벽에 간단히 한 끼를 해결한다거나 하곤 한다. 물론 술은 어지간해서는 마시긴 하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아주 많이 줄었다. 이렇게까지 열심히 사는 것이 꿈이 아니었는데 내가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살고 있는지는 아직까지도 결론을 못 내렸다.


그렇다고 이 모든 것을 내려두고 꿈을 좇겠다고 방구석에서 의미 없는 글만 써댈 수는 없지 않겠는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뿐이지만 그 마음이 상대방이 느끼기에 부담스럽다면 나는 그만두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요즘 뒤죽박죽이다. 내가 잘하고 있는지, 과연 같이 일하는 사람에게 나는 일적으로 잘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 자신이 민폐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고민과 걱정이 나를 탈모인으로 만드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 더 신체능력이 떨어졌다고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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