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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Oct 31. 2023

난 결국 직원보단 사장 체질인가

나는 지금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에 들어가서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 아니라 여자친구와 함께 일을 하고 있다. 어찌 보면 직원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다르게 보면 같이 하는 공동 사장의 느낌도 있다. 물론 결정권은 나에게 있는 것은 없고 나는 그저 자유롭게 일을 하는 중이다.


직원으로 일해도 좋고 사장으로 일해도 좋지만 나는 확실히 사장 체질이라는 걸 여실히 느꼈다.


나의 아빠도 영업사원으로 회사생활을 하다가 도무지 너무 맞지 않아서 지금으로 치면 인쇄소 창업을 했는데 그게 너무나도 잘 맞아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4층짜리 건물에 인쇄소를 차리고 직원까지 고용해 가면서 회사를 늘려갔던 적이 딱 한 번 있었다. 언제였는지 사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나도 한두 번 가봤지만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때는 그걸 보면서 그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바보 같고 멍청했지만 그게 당연한 줄 알았다. 사업을 하면 당연히 성공해야 하고 본인 건물 하나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사장이지-!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더랬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고 또 참담했다.


나는 수백 번 수천번 엄마와 아빠의 아들이 아니라 정말 굴다리 밑에서 주워온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그런 장난을 많이 치기도 했고 툭하면 이놈 아저씨한테 데려가겠다는 귀여운 반 협박을 했기에 그때는 그게 너무 무서웠지만 이런 걸 보면 나는 엄마와 아빠의 자식 그리고 아들이 맞는 것 같다.


아빠조차도 회사생활이 맞지 않아서 창업을 했고 나도 지금 회사생활을 하지 않고 어찌 보면 주도적으로 일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편이 더 잘 맞는 것 같다. 영업 아닌 영업 전화를 해야 할 때도 있고 거래처 아닌 거래처를 관리해야 할 때도 있고 이런저런 문제들로 전화를 하고 일정을 조율하는 문제 등을 자기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내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얼떨떨하기도 하다.


아빠가 20년만 젊었다면 지금 나와 똑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돈을 많이 벌건 적게 벌건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했던가. 무슨 일을 하면서도 늘 당당하고 마치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으세요' 같은 느낌으로 일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대견스럽다고 생각한다.


회사생활을 하면 어찌 됐던 명령을 받아야 하고 시키는 일만 해야 하는 톱니바퀴가 되어야 하는 운명이지만 지금 나의 생활은 톱니바퀴보다는 훨씬 더 큰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부품이 된 것 같다. 그래서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일을 해결해 보려고 자신감을 가지고 하지만 결국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부가적인 것들을 도맡아 하는 편이고 정말 중요한 요리나 재고관리는 내가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하는 일이 별로 없으면서도 돈을 받고 자유로이 일한다는 게 어쩔 때는 미안하기도 하다.


내 이름으로 빨리 돈을 모아서 창업을 하고 싶기도 하다. 시드머니가 1도 없기 때문에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무튼 지금 내 상황은 썩 나쁘지 않다. 오히려 힘든 사람은 내가 아니라 주변 사람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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