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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Dec 19. 2023

인기 없는 에세이스트

사실 내 입으로 에세이스트라고 지칭하는 것도 참 별로다. 민망하기 짝이 없다. 사실 어떻게 보면 에세이스트가 아니라 그냥 할 일 없이 글만 써 내려가는 부랑자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는 공간에서 나는 이렇다 할 목적도, 도전도, 욕심도, 용기도 없다. 그저 내가 겪은 이야기를 하염없이 적는 것밖에 없다.


주제를 정하기 전에 글을 쓰다 보면 감이 오는 것만 같다. 이렇게 글을 쓰면 무언가 우당탕탕 인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것을 정의할 수 있는 기준은 딱 한 문단이다. 한 문단을 적었을 때 무아지경으로 키보드를 두들기며 내려갈 때가 있고 한 문단을 채 완성하지도 못할 때가 있다. 전자의 경우 신나서 다음, 다음, 다음을 생각하고 계속해서 타이핑을 하지만 후자의 경우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고 연결고리가 끊긴 느낌을 받는다. 그럴 때는 과감하게 주제를 바꾸거나 다른 이야기가 있는지 생각을 해본다. 막상 생각이 나지 않는 경우 어떻게라도 글을 쓰려고 발을 동동 구르지만 결국 그날 글 쓰기는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어제는 문득 브런치 알람을 보는데 글 조회수가 1,000회가 넘었다는 알람을 보게 됐다. 한 번씩 브런치에서 이렇게 터지는 날이 있었긴 했는데 이번이 두 번째인 것 같다. 내 글이 뭐라고 알고리즘 흐름에 의해 노출이 되었을 수도 있고 과정은 모르지만 어안이 벙벙하면서도 신기하면서도 복잡했다. 내 글이 뭐라고 조회수가 나오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면 참 부끄럽기만 하다.


나는 에세이스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할 일 없는 부랑자 글 씀이라고 해야 할까. 뭐가 됐던 부족하기 짝이 없는 내가 글을 이렇게 고정적으로 오래 쓰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다. 하긴, 세상을 살아가면서 생기는 모든 일을 적는다는 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했을까. 나는 모든 것을 기록하고 저장하고 추억으로 남기고 싶다. 이 글이 노출이 되건 되지 않건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것이 글을 쓰는 행위이고 처음 한 글자를, 한 문단을 완성했을 때는 이 글을 완성시키자라는 생각밖에 없다. 그 글이 어떤 장르가 됐건, 어떤 분위기, 어떤 글 주제가 됐건 상관없다.


내일은 오전 중으로 국가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려고 하는데 오후 10시부터 금식을 하라고 한다. 물은 괜찮고 아침에 내원하기 전에는 물을 꼭 마시고 오라고도 했다. 오후 10시부터라면 내가 본격적으로 무언갈 먹고 마시는 시간인데 건강검진을 미루어야 하는지, 아니면 먹는 것을 포기하고 잠을 일찍 자고 검진을 받는 게 나을까. 이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웃긴 일이다. 몸이 하나 둘 고장 나는 걸 알면 당연히 병원에 가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 게 맞겠지만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가고 싶지는 않다. 결과를 보고 문제가 있다고 하면 그것대로 큰 아픔이 될 것 같고 내가 생각했을 때 치료 불가능 할 것 같다는 말을 들을 것 같다.


아빠처럼 손을 쓸 수 없게 죽어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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