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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an 14. 2024

하나 둘 늙어간다는 것

점점 늙어간다. 늙어가는 게 느껴진다. 예전과 다르게 몸이 무거워지고 툭하면 살이 찌고 툭하면 배가 불러서 아무것도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나에게는 절대로 찾아오지 않을 것 같았던 허리 통증까지 생겨나면서 몸이 점점 망가지고 고장 나며 삐걱대고 있다.


나의 부모님과 그 윗세대는 도대체 어떻게 그 연세까지 살 수 있었을까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올해 90세가 되신 배우님을 만나서 그런가 늙어간다는 것을 정말 뼈저리게 피부로 느꼈던 것 같다. 걸음걸이부터 시작해서 옷, 구두, 양말, 하얗디 하얀 백발 머리를 조금이라도 숨기고자 푹 눌러쓴 화가 모자까지 오히려 그런 모습을 보니 늙는 게 꽤 멋있는 일이구나라고도 생각은 했지만 이제와 다시 생각해 보면 늙는다는 것은 정말 무서운 것 같다.


그 배우님은 건강을 위해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그 연세가 되었음에도 대사도 잘 외우시고 생각보다 고집은 있으셨지만 그마저도 작품을 위한 것이겠거니 싶었다. 그냥 너무나도 멋있고 존경스러웠다. 내가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된다면 저렇게 늙어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로 위압감이 대단했고 참으로 멋졌다.


시골 동네에서 볼 수 있는 노인들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나는 그 배우님처럼 늙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동네에서 아침 댓바람부터 약주를 하시고 남에게 피해를 주고 늙은 것이 무슨 대단한 일인 것처럼 행동하는 철없는 노인이 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내 현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노인들은 늙은 게 대수라도 된다는 것처럼 행동하고 말을 한다. 그래서 그런 노인들이 더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을 텐데 벌써부터 이런 걱정과 불안함에 살아야 한다니. 돈을 벌지 못해도 괜찮지만 오래 살진 않았으면 좋겠다. 노인이 되어서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사는 것은 축복이 아니라 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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