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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an 17. 2024

절대로 술을 끊고 싶다.

누구보다도 간절하게 술을 끊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예전 같았으면 알코올 중독 문제가 사회 문제로까지 커져가면서 보건소나 구청에서 알코올 중독 상담이나 치료 센터가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동사무소만 가더라도 알코올 치료에 대한 팸플릿을 종종 볼 수 있었으나 작년에 이사 온 곳과 동사무소와 구청이 거리가 멀기 때문에 확인이 안 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요즘에는 거의 볼 수 없던 것 같다. 아니 못 본 것 같다.


사실 술을 끊고 싶다고 생각을 한 계기는 더러 있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숙취가 심해서 늦은 오후까지 정신을 못 차릴 때가 있다. 가끔 예능을 보다 보면 새벽까지 마시다가 오후 6시까지 침대에 기절해 있는 모습이 있는데 마치 나를 보는 것만 같았다. 사실 매일 술을 마시다 보면 오후 6시까지는 늘어져있지 못하지만 생각보다 회복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숙취가 심하기 때문에 다시 어떤 일을 시작하려고 정신을 차리기 위해서는 시간이 꽤나 오래 걸린다. 그래서 술을 끊고 싶다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들었다. 정상으로 돌아오는 시간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누워만 있어야 하는 그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는 그 시간들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마저도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술을 기뻐서, 행복해서 마시는 게 아니라 슬프거나 우울할 때, 죽고 싶을 때를 포함한 모든 생각이 들 때마다 술을 마시니까 조절을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끊고 싶다는 생각도 하긴 했다. 절제를 하면서 맛있게, 즐기면서 마시는 술이 아니라 강제로 밤만 되면, 자기 전만 되면 술을 찾고 술을 마시는 것 같다. 사실 요즘 절제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다. 매일 밤만 되면 술 생각이 나고 밥 대신 술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고 어떻게 끊어야 할까?라는 생각은 해본 적은 없다. 3-4년 전만 하더라도 1L짜리 페트병 소주를 서너 병 사다가 마셔댔고 그때는 다 같이 사는 가족도 있었고 내 방이란 것도 있었다.


그 방에서 미니 냉장고를 가져다 두고 술과 간단한 음료수, 간식거리를 넣어두고 밤새 출출할 때면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해댔다. 그리고 새벽부터 술을 마시고 컴퓨터로는 유튜브로 아무거나 틀어둔 뒤 컴퓨터용 의자를 뒤로 끝까지 젖혀서 다소 민망한 자세로 술을 마시다가 한 번씩 졸음이 몰려올 때면 그러고 1-2시간을 잔다. 그렇게 깨어나면 화장실을 다녀오고 또다시 술을 마시고 그렇게 몇 번을 하니 해가 뉘엿뉘엿 올라오고 있었다. 사실 가족들이랑 같이 살면서는 가족들이 내 방을 함부로 들어오질 못했다.


홀아비 냄새가 난다고 안 들어온 걸 수도 있고 굳게 닫혀있는 문을 덜컥 열면 무슨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될지 모르겠다면서 들어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기에 새벽 내내 술을 먹던 아침부터 술을 먹던 그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어차피 가족들과 함께 사는 집에서는 화장실만 들락날락하더라도 술 냄새가 진하게 풍길 것이기 때문에 그건 큰 문제는 아니었다.


그때는 그렇게 해서라도 무서움을, 불안함을 달랜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때부터 시작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까, 나는 이렇게 술을 끊임없이 마신 지 3-4년 정도 된 것 같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빠를 기준으로 삼고 햇수로 치자면 3년째니까 아마 그 정도 기간 동안 꾸준히 술을 마셔댄 것 같다.


이제는 좀 끊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술이 없으면 인생이 재미없을 것 같다. 대체제를 찾을 수 없을 것 같고 그것만 한 즐거움과 마음에 쌓여있는 앙금과 모든 감정들을 속 시원히 사라지게 만드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마치 도박을 끊지 못하는 사람과 나랑 비교하자면 비슷할 것 같기도 하다. 근데 술은 좀 끊고 싶다. 아니 절제라는 걸 해보고 싶다. 일주일에 3일만 마신다던지 그렇게라도 하고 싶은데 이미 내 의지로는 어려워진 것 같다. 밥을 먹지 않더라도 돈이 없더라도 밥을 굶지 술을 사 먹을 것 같다.


드디어 미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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