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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an 19. 2024

늙어서 그런지 생일도 감흥 없다

점점 늙어가는 게 현실적으로 피부로 와닿는 기분이다.


20대 때만 하더라도 그때 당시 페이스북에서 생일이 되는 자정에 친구들에게 축하받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웠었다. 그리고 카카오톡에도 생일이라는 표시를 해주기 때문에 어렸을 때는 그걸 보고 모든 사람이 날 축하해 주기를 바랐었다. 지금은 친구가 전혀 없지만 20대 때는 그나마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생일이 된 자정이 지나서도 아무런 축하를 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는 페이스북으로 많은 소통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페이스북에 친구들이 생일축하한다는 글을 받는 게 그때 당시에는 자존심이었던 것 같다. 페이스북 담벼락에 많은 친구들이 남겨준 글이 마치 훈장 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몇 년 동안 생일이 다가왔지만 어느샌가 그런 것에 목매달지 않기로 했다. 사실 반 강제적으로 포기한 거나 다름없는 것이긴 했지만 어느샌가 그런 이상한 것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해가 지나면서 친구들이 점차 사라지기도 했고 그렇게 나 혼자 목매달고 나를 좀 축하해 줘!라고 떠들어대도 들을 사람이 없으니 이루어질 리 없었다.


그렇게 모든 것을 포기하고 30대가 되니 생일이라는 게 오히려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30대가 되고 나서부터는 뭔가 주변인들을 신경 쓰게 된 것 같다. 친구는 없지만 오며 가며 만나는 사람들과 교류를 하나 둘 쌓아가다 보니 그들에게 받는 것도 받는 것이지만 내가 오히려 베풀어야 할 경우가 생기기도 했었다. 작년 말과 올해 초 다녀온 일본 여행에서 그들에게 선물이라는 것을 해주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그 사람의 특징과 좋아할 만한 것들을 추리고 여행보다 그들의 선물을 사는 것에 집중하기도 했었다.


나에게 있어 주변인들이라고 하면 자주 가는 단골 술집의 사장님이라거나 하는 정도이지만 동네가 서울보다는 좁다 보니 처음 가는 술집에 가기보다는 그래도 안면이 있는 술집을 가는 게 낫겠다 싶어서 몇 번 다니니 어느샌가 단골이 되어있었다. 술집에 들어가면 밝은 얼굴로 인사를 건네어주시고 근황을 물어보시고 사업은 잘 되시냐며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형식적인 질문과 답변을 하는 수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무언가 더 베풀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처음이었다.


나는 누구보다도 계산적이고 받은 것이 있으면 꼭 돌려줘야만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게 긍정적이라면 반대로 부정적인 모습은 누군가에게 뭘 해줬을 때 반드시 돌려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왜 이렇게 계산적이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한 살 한 살 먹어가면 먹어갈수록 더 따지고 드는 것 같다. 내가 이 정도를 해줬으니 너는 나에게 이 정도를 해줘야 해-라는 방식이랄까? 하나의 비유를 들자면 내가 여행을 갔을 때 집이 비어있는데 그 집을 누군가가 이용하고 설거지도 하지 않고 청소도, 쓰레기도 그대로 놔두는 상황이라면 난 돌아와서 내 집을 이용한 그 누군가를 엄청나게 질책을 할 것이고 욕을 할 것이다. 이런 비유가 맞을지는 모르겠는데 그런 부분에서는 그 누구보다도 까칠하고 예민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좀 알아서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긴 하다.


뭐, 나이가 들 수록 생일이란 기념일이 아무렇지 않아 지고 오히려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공포감과 괴리감이 더 많이 생겨나는 것 같다. 누군가는 늙고 누군가는 늙어서 죽고 누군가는 병에 걸려서 객사하는 인생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중에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앞으로 몇 번의 생일을 더 맞이할 수 있을까? 지금 내 삶의 언제까지 바닥일 것인가? 아니, 바닥이 아니지 않을 날이 오기는 할까?


갑자기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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