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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an 21. 2024

일이 없어서 강제로 쉬고 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내가 주체가 아니다. 나는 전적으로 도움을 주는 입장이고 사회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나는 사장이 아닌 일개 알바일 뿐이다.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지 않다. 심지어 요리를 해본 적이 없어서 도움이 되는 일은 청소, 고객 응대, 마케팅, 간단한 디자인이나 스케줄 정리 등 밖에 없다. 그러면서도 고객과의 마찰이나 간헐적으로 스케줄 조정이 필요할 때마다 번아웃이 되어버린다.


누구보다도 완벽주의자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모든 것이 완벽히 물 흐르듯이 흘러가야만 한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고 트러블이 발생하는 순간 모든 것을 내려두고 모든 혈관이 막혀버리는 기분이다. 마치 정말 아슬아슬하게 문제들을 조절하고 세밀하게 조종하고 있는 상태가 절벽 낭떠러지 바로 코앞이라면 무슨 문제가 생기면 그 순간 낭떠러지로 떨어져 버리는 그런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이 일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더러운 꼴을 볼 수 있는 만큼 봐왔다. 그리고 특이하고 성질머리 더러운 고객들도 봤고 말도 안 되는 문제로 아득바득 우기는 고객도 있었다. 그리고 본인들이 잘 만들어놓은 공간에서 잘 따르지 않는다며 경고를 주고 본인들의 말이 절대적 권력이라는 듯이 움직였고 행동했고 말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이 일에 대한 애정이 토막이 나버렸다. 인류애는 일을 나갈 때마다 박살이 나는 상황이었고 더러운 꼴을 보면서도 소위 싸바싸바를 해야 하는 상황들이 너무나도 싫었다.


경력도 5-10년 다양한 사람들이기에 그들이 교묘하게 만들어 둔 룰과 주의사항은 새로이 시작하는 사람들은 절대적으로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본인들에게만 유리한 방식으로만 만들어둔 것들이라 어떻게 해결할 방법도 없었고 뒤집을 방법도 없었다. 그러니까 일이 없어도 참아야 하고 일이 많더라도 그 일을 해낼 수 있는 소화 능력 등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집단의 행태를 고발하고 까발리고 싶다. 일반 고객들은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주의사항이나 규칙사항 등이 존재하면서도 무조건 본인들에게만 유리하게 만들어놓은 그 룰이 너무나도 경악스러웠고 정말로 더러웠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것들을 까발리고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 능력도, 지인도, 인프라도 환경도 되질 않는다. 그래서 이 일을 오래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일이 많을 때는 너무 많아서 문제이고 일이 없을 때는 너무 없어서 문제다. 소소한 일거리라도 들어온다면 좋을 텐데 그것마저도 인맥을 활용해서 돌려 막기를 하고 있으니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은 절대로 일을 가져갈 수 없는 형태가 되어버린 것 같다.


일이 없는 올해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추운 것 같다. 허리띠를 조른다는 표현이 딱 맞는 겨울시즌이 된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렇게 하소연을 하는 일밖에 없지만 언젠가는 그 더러운 행태를 내 손으로 내려두고 다른 정상적인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그냥 모든 걸 포기하는 방법도 있긴 할 것 같다.


사실 지금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더러운 꼴을 보고 오랫동안 할 생각은 없다는 거다. 이곳에 발 디디고 싶지도 않고 오히려 물들 것 같아서 가까이하고 싶지도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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