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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an 21. 2024

이 맘 때면 찾아오는 무기력

이럴 때가 가장 짜증 난다. 한 번씩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무언가 할 일이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고 해야 하는 것도 미루게 되는 짜증 나는 상황이 닥친다. 나에게는 그렇게 큰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에, 아니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작은 일이라도 묵묵히 하려고 한다. 가령 들어 빨래라던지 설거지라던지 청소라던지 내가 그나마 할 수 있는 일을 해내려고 한다.


물론 청소를 하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태생부터 깔끔하지 못한 사람일 수도 있다. 나는 이상하게 청소가 좋고 집에서 쉬엄쉬엄 음악이나 향을 피워두고 집안일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내가 사는 집이 지금은 좁디좁은 원룸이라 청소가 금방 끝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것조차 하기 싫어지는 날이 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하루종일 잠을 자고 해가 떨어질 때까지 누워있어도 무언가 해소되지 않는 그런 날이 있다. 최근까지 겪고 있는 무기력 중 가장 큰 원인을 차지하는 것은 잠을 잘 때도 꿈을 너무 현실적으로 생생하게 꾼다는 것과 요즘 들어 호흡이 가빠지고 수면에 방해를 줄 정도로 호흡이 가빠지거나 숨이 모자를 때가 있다.


그래서 찾아보니 무호흡증이라고 하는데 살이 급격하게 쪄서 호흡이 막힌다는 말도 있고 심장 쪽에 문제가 있거나 공황장애가 있어서 그렇게 느낄 수도 있다고 했다. 피검사를 3개월 전에 받았을 때는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 간수치만 조금 신경 쓰면 좋겠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있었고 그 이후로 술을 줄이려고 노력했으나 결국 그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으로는 내가 바뀌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고 약이 나에게 맞지 않는 기분이었다. 물론 약을 매일 꾸준히 3-6개월을 먹은 것은 아니지만 약을 먹으면서 느끼는 감정들이 주체가 되지 않는 기분이었다.


그 이후로 약이 듣지 않는다고 해서 약 용량을 늘리기까지 해 봤는데도 큰 차도가 없었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다시 방문하지 않고 오히려 병원을 가지 않기까지에 이르렀다. 병원이 잘못되었다거나 이상하다던가 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물론 약을 먹자마자 바로 효능이 나타나고 감정조절이 될 수 있다면 그 병원은 오히려 의심을 살 수도 있었겠지.


모든 것을 이해한다. 약이 나에게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병원에 상담하러 간 내용과 지금 내가 처한 모든 것들은 완전히 달라졌다. 첫 스타트부터 꼬인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검사를 하고 물어보는 게 아니라 대충 간호사에게 말한 이야기를 전달받아서 크게, 대충 수박 겉핥기 하는 기분이었다.


조만간 대학병원에 가서 알코올 중독 문제와 무기력 등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들을 상담받아볼 예정이다. 물론 나에게 올해 겨울은 남들보다 더 춥고 지출을 상당 부분 아껴야 하는 날들이다. 그래서 사실 대학병원까지 갈 수 있을지조차 모르겠다. 대학병원은 초진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기 때문에 쉽게 방문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겨나지는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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