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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an 27. 2024

시체가 된 기분

제목 그대로 시체가 된 기분이다. 요즘 일은 없고 계속해서 쉬고 있는데 이 추운 겨울을 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즉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게 있기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야만 한다. 거의 시체처럼 살고 있기 때문에 밥을 매일 삼시세끼 먹는다거나 외식을 이틀에 한번 한다거나 하는 것은 상상도 하질 못한다.


일단 나는 밤낮이 완벽하게 바뀌었기 때문에 생활 패턴도 꼬여버렸고 잠에서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오전에 일어나는 경우가 드물다. 가끔가다 한 번씩 오전에 일찍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건 많은 횟수가 아니다. 오후에 일어나서 집안일을 하고 빨래를 하고 청소를 하고 환기를 시키고 시간이 되면 키우는 반려동물을 산책을 나간다. 요즘은 날씨가 미친 듯이 추워서 반려동물도 산책을 하면 콧물이 나올 때가 있다. 하지만 오늘 나가보니 날씨가 며칠 전보다는 풀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시체가 된 기분에 일조하는 것은 일이 없다는 것이다.


돈을 벌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모아둔 돈으로 연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사실은 그 생각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그렇게까지 돈이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충 생활비를 줄여서 살아본다고 하더라도 나 혼자 사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것을 양보해야 할 때가 있다. 나를 대신해서 생활식품을 아무 말 없이 구매하는 여자친구가 있기 때문에 생활비를 어느 정도는 줘야겠다고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돈을 모아 두고는 있지만 그 돈이 언젠가는 쓸 일이 있어서 모아두는 게 아니라 그냥 돈을 쓸 곳이 없으니까 반 강제로 모아두는 것뿐이지만 이제는 이 돈을 써야 할 순간이 된 것 같다.


물론 많은 돈을 주면서 생활비에 보태라고 자랑스럽게 주지는 못하지만 사소한 돈이라도 지금 상황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찢어지게 가난한 상황은 아니지만 내가 그나마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기 때문에 보탬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속상하다. 돈이 없는 것도 없는 것이지만 일을 원할 때마다 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간간히 따오는 일들 마저도 경쟁해서 따와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싫고 증오스럽다. 왜 이렇게까지 경쟁사회에서 살아야 하는 걸까 싶기도 하다. 돈을 벌려면 거지 같은 꼴을 다 봐야만 하고 살아야 하는 걸까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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