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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mpty Jan 31. 2024

12년 만에 대학병원을 가다.

대학병원을 가게 되었다. 사실 대학병원을 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곳은 너무나도 비용이 많이 나오는 곳이기 때문에 가고 싶지는 않았는데 이 주변에 있는 병원들보다 많은 것들을 다루는 곳이 대학병원이었기 때문에 갈 수밖에 없었다. 


내가 사는 곳 주변에는 신경외과가 없었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3-40분을 나가야만 신경외과를 갈 수 있었다. 그렇게까지 가고 싶지는 않았고 내 몸이 뭐가 문제였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그렇게 덜컥 먼 병원을 가고 싶지는 않았다. 코앞에 대학병원이 있는데 굳이 거길 가야 하나?라는 생각뿐이었다.


나에게 대학병원이란 그저 돈이 많이 드는 곳이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21살 때 군인일 때 휴가를 나와서 고려대학교 정신과를 가서 모든 심리 검사를 받았던 적이 있었는데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70만 원이 나와서 그 충격으로 다시는 대학병원을 오면 안 되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대학병원이라고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쳐다볼 수도 없었다.


시간도 많이 흘렀겠다, 멀리 병원을 버스 타고 나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곧바로 대학병원에 예약을 하고 그 다음날 바로 방문을 했다. 지어진 지 정말 얼마 되지 않은 병원이라 그런지 시설이 매우 좋았고 그리고 넓었다. 직원들도 매우 많았고 환자 반 직원 반 수준으로 많았다.


이 병원은 첫 방문이라 초진 비용이 발생한다고 했고 내 주변에 최근 그 병원을 다녀온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17만 원이 나왔다는 소리를 듣고 덜컥 겁이 나서 병원 상담직원에게 초진이라 비용이 얼마나 나올까요?라고 물어볼 정도였다. 다행히 초진 비용은 9,700원 정도만 발생한다고 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렇게 예약된 시간에 방문을 했는데 초진이라 내 상황을 알아야 한다고 설문지를 5장이나 줬고 추울 줄 알고 롱패딩을 입고 생각보다 따듯하게 입고 왔는데 정말 더워 죽을 뻔했다. 그렇게 20분 정도를 앉아서 설문지 작성을 했는데 작성을 하면서 계속 드는 생각은 '내가 왜 이렇게 글자 읽는 속도가 느려졌고 고민을 하는 시간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지?'라는 의구심이 계속해서 들기 시작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지만 뇌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종양이란 게 생긴 것은 아닐까 정말 무서웠고 두려웠다.


그리고 내 앞을 지나가는 노인들이 계속해서 신경 쓰였고 나도 저런 노인이 된다는 것이 참 슬프게만 다가왔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태어나서 늙는다지만 그 사실을 왜 항상 알고 있음에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


설문지 작성을 다 하니 바로 교수님을 만나서 상담을 시작했다.


교수님은 나의 상황을 계속해서 물어봤고 교수님 같지 않은 리액션으로 대화를 주도해 나갔다. 작성한 설문지에는 불안과 우울 지수가 높아서 걱정스럽다고 하셨지만 그 문제도 정신과를 방문하려고 한다고 이야기를 했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시며 내 상황에 대해서 차근차근 설명해 주셨다. 내가 인터넷으로 찾아본 내 증상은 '뇌압' 혹은 '뇌압상승'이라는 병명이었다. 실제로 내 증상은 숨을 쉬거나 몸에 힘을 줄 때 두개골이 팽창해서 머리가 풍선처럼 터질 것 같은 느낌이 계속해서 들었고 감기인지 독감인지 모르겠지만 요 며칠 동안 정말 몸이 너무 힘들었다. 목소리는 계속해서 걸걸하고 가래가 끼고 그 이물감을 없애보려고 헛기침을 하다 보면 두개골의 통증은 더욱더 극심해져 갔다. 기침을 할 때마다 누가 뒤에서 망치로 두개골을 내리치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다.


나는 나름 심각하다고 생각을 하고 방문을 했지만 교수님은 별일 아니라는 듯 감기와 술과 스트레스, 피곤함 등이 한 번에 온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나이가 젊기 때문에 기저질환이 있을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해주셔서 조금이나마 안심할 수 있었다.


결국 기본적인 x-ray와 피검사, CT 촬영을 하기로 했고 피검사는 2-3개월 전에 받아서 괜찮을 거라고 했지만 내가 저번달부터 먹기 시작한 간장약의 효능이 있는지 궁금해서 피검사를 받아보겠다고 했다. CT는 실비보험이 되지만 MRI는 실비보험이 되지 않기 때문에 비용이 걱정된다고 하니 CT만 찍어보고 문제가 있으면 그때 가서 다시 고민해 보자고 해주셨다. 예전 같았으면 돈에 미쳐서 무조건 MRI를 찍어야 한다고 했겠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 시대가 된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내일 자정부터 8시간 금식을 해야 한다. 그리고 오전 8시 30분까지 병원에 가서 온갖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 시간에 일어나는 게 벌써부터 걱정이긴 하지만 몸 상태를 알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일어나야겠지. 건강 관리를 하지 않은 내 잘못이다. 그래도 이렇게 살아와서 재밌었고 즐거웠다. 언제 죽을지는 모르겠지만 힘닿는 데까지는 살아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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