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주위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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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의 시선에 가장 취약하고도 약하다. 몇 번이나 주위 사람에게 "너는 왜 그렇게 주위 시선을 신경 쓰냐, 힘들게도 산다."라는 말을 정말 많이 듣고 살았다. 근본적으로 왜?라는 단어에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 세상이 돌아가는 것에 나를 맞추라는 이야기로 들렸다. 세상이 돌아가는 대로, 세상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것처럼 나는 그렇게 살아왔다. 적어도 나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기 전까지는 누군가의 바람대로, 누군가가 정해놓은 길대로 걸어만 갔다. 뚜벅뚜벅. 아무 저항도 할 수 없었고 아무 의심조차 하지 못했다. 아, 당연히 누군가가 정해놓은 길을 가야만 하는구나, 누군가가 가라는 대로 군말 없이 따라야 하는구나 하면서 단 한 번도 의심이란 것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유치원 때부터 사립학교를 다녔다. 유치원을 다닐 때부터 교복을 입었고 정해진 가방을 들고 다녔고 그에 맞는 노란색 고깔모자를 썼다. 그 모든 것이 사립학교라는 이름 아래 정해진 것이었다. 이때부터 나는 중앙화를 느꼈었던 것 같다. 논스가 추구하는 크립토라는 것을 나는 아주 어려서부터 느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유치원을 다니면서 그때 당시에는 아무것도 몰랐고 느끼지도 못했겠지만 어른들의, 다른 학부모의 치맛바람이라는 것을 나이가 한 살 두 살 먹어가니 느끼게 됐다.


정해진 삶이라는 것은 주위의 환경이 만들어 낸 허구의 무언가 이겠구나 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좋은 학교를 나와 안정적인 공부를 하고, 돈을 안정적으로 벌 수 있는 일과 직업을 가지기 위해 노력하는 그 행위들이 주위에서 만들어 낸 허구의 구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를 다니고 학원을 가고 공부를 하고 숙제를 하고 친구들과의 유흥을 뒤로하고 미래를 위해 이리저리 노력하는 것이 물론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그때만 하더라도 맞는 방법이었을지도 모르고 그것밖에 할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대개 사립학교 출신들은 부모의 영향이 가장 크다 보니 부모의 말과 요구에 순순히 따라야 하는 암묵적인 강제성이 있었다. 다행히도 나의 부모님은 강압적인 것은 없었으나 단순히 집과 학교의 거리가 3분 거리라서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사립학교를 다닐 정도의 유능하고 똑똑한 아이가 아니었고 그런 곳을 다닐 정도로 집안이 빵빵한 것은 절대로 아니었으니까. 이제와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발버둥 치면서 그 학교를 다녔어야 했을까-싶다. 내가 부모였다면 서울 외곽에 있는 사립 재단의 학교를 버리고 지방으로 홀연히 떠나 자연친화적인 경험을 하게 만들었을 것 같기도 하다. 서울촌놈으로 서른한 살을 맞이하니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한 것이 조금은 속상하기도 하다. 나는 조용하고 상쾌하고 전원주택의 느낌에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었다. 늘 눈에 보이는 것은 높디높은 건물들 뿐이었고 자연스러운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출근할 때면 마주해야만 하는 지하철의 빼곡함과 덜컹거림, 한치의 틈도 용납할 수 없는 지하철의 틈바구니에서 피어난 것은 한적한 시골 동네의 그리움이었다.


'조용한 곳에서 살고 싶다. 서울이 싫다.'


하지만 나의 그리움은 실현될 수 없었다.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무조건 서울 강남권에서만 가능했던 일이었으니. 지금은 강북까지 진출한 직무라고 하지만 아직까지도 지방까지 진출하지는 못했다. 하긴, 지방에는 건물도 없고 인구도 없다 보니 강남권에서만 성공이 가능했으리라. 그렇다고 내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주저리주저리.


자연스럽게 서울 촌놈이 되어가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이 당연해졌다. 남이 싫어하는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맞는 것이라고 되어버렸고 생각보다 더 많이 의식을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남의 시선에 따라 행동하고 생각한다. 나의 생각보단 남의 생각이 더 중요시되어버린 내가 된 것 같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나의 삶보다 남이 바라는 삶을 사는 나는 얼마나 바보일까. 지금도 확실히 대답할 순 없다. 난 나만의 길을 가겠어요!라고 말을 할 수 없다. 나는 나의 욕구가 어느 정도로 낮은지 알고 있기 때문에 남이 정해주거나 남이 정한 것을 따라가기 바쁜 사람이 되어버렸다. 남의 욕구가 나의 욕구가 되는 것처럼 변질되어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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